하멜을 또 생각하며
하멜을 또 생각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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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바다 고대해양탐험가·시인

하멜이 제주에 난파돼 우리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 367년이 된다. 20대 네덜란드 청년 헨드릭 하멜은 1653년 8월 16일 새벽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 중에 태풍을 만나 제주 해안에서 난파됐다.

이 배에는 하멜을 비롯해 선원 64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36명이 겨우 살아남았다.

하멜은 서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제주와 인연을 맺은 청년이다. 하멜은 13년 동안 억류돼 천신만고 끝에 여수에서 일본으로 탈출,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의 풍습과 제도, 그리고 물산 등을 그의 ‘난파 표류기’에서 밝히고 있다. 이 표류기는 이웃 나라 프랑스, 독일, 영국 등지에서 잇따라 번역 출판돼 제주와 조선을 최초로 서양에 알렸다.

하멜표류기는 세계적인 고전(古典)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는다. 하멜은 제주를 유럽에 알린 한류의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제주인에게는 자랑스럽고 우정 넘치는 고마운 친구다.

필자는 여려 차례 이들 일행의 난파 표착지에 대한 규명과 정립을 위한 노력을 팔방으로 기울여 왔다. 아직도 이에 대한 도정의 무관심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들 일행이 일본 나가사키에 무역 창구를 설치했던 17세기는 네덜란드가 황금 시대(Gold Age)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해상무역 전성기를 맞을 때다. 이때 네덜란드의 도약과 발전의 중심에 하멜과 같은 젊은이들의 개척·도전정신이 있었다.

하멜 일행은 이러한 중요한 격동기에 제주에 난파되는 불운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하멜은 20살에 포수직으로 배를 타기 시작해 3년 만에 배의 서기직으로 발탁될 정도로 총명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청년이었다. 당시 하멜과 같은 네덜란드 청년들은 바다를 향한 꿈과 도전, 그리고 모험정신들로 가득했다.

네덜란드는 전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아 댐으로 제방을 쌓고 수 세기 동안 물난리에 대비하며 살아온 성실하고 개방적인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도시가 운하로 연결돼 항상 물난리에 대비해야 하고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나라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세상은 신이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창조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들의 나라에 대해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네덜란드는 제주와 비슷해 바람이 많이 분다. 이러한 지리적 영향으로 ‘풍차의 나라’로 불린다. 이 나라는 풍차를 농업 활동과 간척지 개발에 이용해 개척 시대를 열어나갔다. 이 나라는 교역을 통해 일본을 근대 상업제국으로 이끈 스승의 나라로 평가받는다. 일본은 네덜란드와 활발한 교역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다. 이러한 중심에 하멜과 같은 청년들이 있었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큰 선물보다 작은 선물에 더 고마워한다. 검소하고 따뜻한 국민성을 가졌다. 네덜란드의 국민성은 ‘더치페이’(dutch pay)라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도 나타난다. 실용·실리주의로 검소한 국민성은 크게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원칙을 존중하고 낡은 가치관을 주저 없이 버리고 창의적인 결단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국민성과 타협정신은 네덜란드가 선진국으로 태어나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 제주의 성공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는 파트너 국가로 하멜과 네덜란드를 기억하면 좋겠다. 그리고 하멜의 동료들을 기억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제주 난파로 희생한 이들을 위로하고 달래는 것은 인류의 박애정신이다. 사랑과 평화의 섬 제주는 이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들도 내 형제, 아들처럼 끌어안고 가야 한다. 저 먼 나라의 젊은이들을 이토록 잊고 살아서는 안 된다. 국제자유도시가 지향하는 시대정신에 발맞춰가야 한다. 

이중섭은 제주에서 1년 못 되게 거주하는 동안 여러 작품을 남겼다. 그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친구 구상 시인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도움이 컸다. 급기야 이중섭 기념관 건립에 이르게 됐다.

하멜은 피부색이 다른 서양인으로 10개월 제주에 억류돼 그 유명한 세기적 고전 하멜 난파 표류기를 남겼다. 

하멜과 그의 동료들에 대한 제주인의 체감온도는 몇 도인가. 올해는 이들과 인연을 맺은 지 367년 되는 해다. 제주인들이 하멜과 네덜란드를 사랑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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