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별곡
이어도 별곡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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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특별탐방으로 해녀 취재에 나섰다.

해녀들이 작업시간은 오전 7시, 가는 날이 장날이라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비가 곧 쏟아질 모양이다. 걱정이 앞섰다. 해녀회장님과 약속을 한 상태라 비 날씨에도 물질을 하는지 궁금하여 전화를 드렸더니 다행이도 바람이 순하면 물질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말에 일단 안심이다.

오늘은 공동으로 성게 작업을 하는 날이다. 구름 그림자를 드리운 바다는 물 위를 걷고 싶을 만큼 너무도 잔잔하다. 주변 경관은 해녀학교가 있어서인지 정교하고 아름답게 잘 꾸며졌다.

큰 망사리를 등에메고 순비기꽃이 핀 돌밭 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정겹다. 하루 작업 시간은 서너 시간, 잠수하여 1분 가까이 숨을 참으며 성게를 딴다. 망사리가 가득 채워질 시간이 되면 어촌계에선 붉은 기를 흔들어 작업을 끝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물질을 마쳐 돌아올 쯤이면 수경을 벗고 젖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질 결과를 서로 주고 받는다. 최고령 해녀가 89세다. 정정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마을 해녀 40명중 80대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니, 물질을 하면 젊어진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물질은 운동선수들의 체력 단련과 같아서 점점 강화가 되어 젊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하라는 말이 있듯, 50여 년이나 물질을 하다보니 천직이 되어 오히려 쉬면 병이 생길것 같다며 웃어 넘긴다. 하지만 무거운 수압으로 두통이 생기고 속 쓰림이 많아서 대부분 해녀들이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최근 해녀문화가 무형문화제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병원비는 물론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세상이 있겠느냐며 해녀가 된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은 경제발전으로 고무옷이 있어서 몸을 보호하지만 예전엔 광목으로 만든 소중의만 입고 물질 하였다. 여름이 가고 추위가 찾아드는 가을무렵이면 몸에 반점이 생길 정도로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망사리를 건 테왁도 부력이 좋은 스티로품으로 바뀌고 오리발을 신고 작업하게 되어 물질이 한층 편리해졌다. 예전엔 추워서 물속에 오래 있지 못했다. 바닷속에만 들면 뭐가 그리 서러운지 오만생각에 저절로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하였다.

시어머니에게 미운 소리 들어 심란해도 바다에 오면 서러운 생각이 사라지고, 오만 생각에 눈물을 감추기도 했다는 추억담도 들었다.

‘우리 어멍 이고생 시키젠 날 낳아싱가

쇠(소)로 못나면 여자로 난다는데

어느 바당 미역 먹엉 날 키와신고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눈물이여,

얼마나 서러웠으면 고단한 삶을 한으로 표현했을까, 후렴구로 맞장구를 치며 해녀 소리를 구성지게 읊는다.

한쪽 손에 테왁 들고 한쪽 손에 비창 들어 이승식구 먹여 살린 제주해녀, 세계에서도 유일한 여성 직업이라는 찬사에 나 또한 제주여성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들에게 제주바다는 삶의 터전이요, 희망이요, 이상향이다. 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 분명 힘들고 고단한 일임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상대를 위할 줄 아는 활기찬 분위기는 또다른 공동체의 즐거움일 것이다. 삶의 모진 풍파와 역경을 이겨낸 그들만의 여유가 느껴진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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