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 '배·보상-군사재판 무효화’ 핵심 담겨야
4.3특별법 '배·보상-군사재판 무효화’ 핵심 담겨야
  • 변경혜 기자
  • 승인 2020.08.1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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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이명수 6개 신설조항 제안…핵심과제 빠져
희생자·유족 의견제출권만 명시, 구체성 떨어져
‘가해자’ 조항은 자칫 ‘4.3 편가르기' 재현 우려
“군사재판 무효화 전례없지만 사면복권 형식도 고려”
野 4.3법 발의따라 여야 협의엔 도움 관측도

 

지난 7월 제주지역 오영훈·위성곤·송재호 국회의원을 비롯 여야 136명의 의원이 참여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전부개정안에 이어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도 10일 개정안을 발의, 향후 4.3특별법 입법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의 개정안은 오랜 시간 제주4·3진상규명과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피해자들에 명예회복 조치로 희생자·유족에 대한 배·보상, 특히 불법적으로 이뤄졌던 군사재판 무효화 등의 핵심내용은 빠져 있는데다 총 6개의 신설조항(4조3은 현행과 동일) 중 5개항은 전부개정안에 이미 포함돼 있거나 유사하다.

이 의원은 또 보도자료를 통해 ‘희생자와 유족의 권리 강화를 위해 의견제출 구체화’라는 취지에도 정작 개정안에는 ‘의견제출권한’만 명시됐을 뿐 이를 통해 4.3의 입법과제에 대한 구체적 조항은 없다.
도민사회에서는 이미 유족들은 수십년간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혀온 만큼 21대 국회가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4,3특별법 개정에 여야가 모두 참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을 보면 ‘희생자·유족의 의견제출’ 권리를 명시했지만 ‘배보상’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 
▲‘다른 법률과의 관계조항’(2조4), ▲조사대상자의 보호 ▲국가기관 등의 협조의무 조항 역시 전부개정안, 현행법률과 유사하거나 차별성이 없고 ▲비밀누설의 금지 조항 또한 현행과 동일하다.
‘국가의 책무’(2조3) 조항에선 ‘가해자’ 개념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자칫 전 정부 당시 일부에서 ‘4.3’을 이념적 잣대로 접근, ‘편가르식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함께 개정안은 전부개정안과 동일하게 자문기구를 명시(4조)했으나 ‘소위원회 별로 자문기구를 둘 수 있다’고 규정, 지나치게 세분화한 것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예상된다.

다만 이 의원은 4.3특별법 개정의 핵심인 ‘불법 군사재판(군법회의) 무효화’에 대해선, 개정안에는 빠졌지만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우선, 법안발의에 대해 “4·3특별법이 지난 2000년 제정됐고 과거사에 대해 국가가 잘못해 억울한 희생자·피해자가 발생한 것인 만큼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좌우이념을 떠나 통합적인 입장을 가지려고  한다”며 “오영훈 의원 등이 발의한 전부개정안과 함께 향후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절차에 따라 병합심사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군법회의 무효화’ 조항에 대해선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면·복권형식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답변했다.

국가기록원에서 발굴된 ‘수형인명부’에는 1차 871명(1948년 12월), 2차 1659명(1949년 6~7월)에 걸쳐 2530명에 대해 군사재판이 진행됐으나 재판절차도 없이 수용소에 끌려가 전국 각지 형무소로 나눠 수감됐다.

당시 이들은 중산간 지역에서 숨어지내거나 피난생활을 하다 당국의 귀순권고를 받거나, 농사를 짓다가 군경에 끌려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재판의 존재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형선고를 받고 형이 집행된 384명을 포함해 대부분 사망했으며, 70대 중후반에서 100세에 이르는 고령의 생존수형인들은 평생을 ‘전과자’  낙인을 받으며 억울하게 70여년을 살아오다 최근 재심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의 불법재판이 ‘원인무효’이기 때문에 4.3특별법을 통해 ‘군법회의 무효화’를 일괄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법무부를 비롯 사법당국은 전례가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고 법조인 출신 일부 의원들 역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군법회의 무효화’ 조항은 최대 난제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의 내용과 별개로 20대 국회에서 4.3특별법에 대해 여야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법안발의로 야당의 법안심사 참여는 수월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한편 이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이재승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제주4.3의 핵심 현안인 배·보상과 군사재판 무효화 등에 대해 반영되지 않았고 기존 4.3특별법과도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전 국무총리소속 4.3위원회 전문위원은 "피해 보상을 전제로 유족의 권한을 강조한 것 같지만 정작 구체적적이지 않고 군법회의 무효화나 (제주4.3) 정의 부분 수정, 그리고 트라우마 치유 센터 등 핵심 내용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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