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발원한 새로운 문학한류 디카시와 그 폭발력
제주에서 발원한 새로운 문학한류 디카시와 그 폭발력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10 19: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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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시인·문학평론가

매우 빨라진 인터넷망은 사람의 생활패턴을 실시간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역동성을 한층 강화시켜줬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자기의 작품을 소개하던 작가들도 미니홈피,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를 이용해 독자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돼가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오프라인 문자감옥’에 갇혀있던 한국문단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런 시대의 흐름을 예측한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윤석산 교수 의해 1999년 ‘디지털한국문학도서관’이 우리나라 최초로 구축됐다. 

이것은 한국 최대의 전자도서관이었고 문단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게재됐다. 이 전자도서관을 교보문고에서 수억 원에 매입하려고 협상했으나 윤 교수는 한국문단의 발전을 위하는 필생의 사명으로 팔지 않았다고 한다.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이상옥 시인(창신대학교 문창과 교수)이 ‘디지털한국문학도서관’에 60여 편의 새로운 개념의 시를 연재했는데 이것이 세계 최초로 발표된 ‘디카시’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 시’의 줄임말이다. 

‘디카시’는 문자로만 표현되던 시를 사물에서 포착한 순간적인 영상과 5행 이내의 짧은 시적 언술을 결합해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누구나 찍고 쓸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시(詩)다. 전통의 시가 클래식한 노래라면 디카시는 문학의 트롯과 같다. 

‘사진시(fotopoem)’가 있지만 사진의 작품성에 예속되는 한계로 인해 문학의 한 장르로 인정받지 못 했다. 반면 ‘디카시’는 순간 포착된 시적 영상, 그리고 순간 떠오르는 시적 감성을 실시간 1대 1로 결합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디지털 시대 문학의 한 갈래가 되기에 충분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디카시는 그동안 폭발적인 발전을 거듭해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사전에도 등재됐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디카시와 그 개념이 소개됐으며 지난해 6월 4일 전국 단위 고2 모의고사에도 공광규 시인의 시 ‘수련 잎 초등학교’가 지문으로 제시되고 3문항이 출제되는 등 이제 중·고등학생들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문학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디카시는 아리랑TV와 각종 매체를 통해 문학한류로 세계에 소개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독일, 베트남, 미얀마 등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발원한 문학으로서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국내에서도 유명 시인들이 앞다퉈 디카시를 발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디카시공모전과 백일장이 전국 단위로 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디카시의 발원지라고 소개되고 있는 경남 고성은 이상옥 교수의 고향이고 고성군에서 매년 수천만원씩 지원을 계속해 왔기에 한국디카시연구소도 유치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디카시의 발원지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제주대학교야 말로 ‘디카시의 본향’이다. 

그래서 디카시의 ‘발원지’는 경남 고성으로 하고 디카시의 ‘본향’으로는 제주도를 표시하자는데 한국디카시인협회(회장 김종회 교수)와 한국디카시연구소(원장 이상옥 교수)에 의해 공식 인정됐고 제주에서 ‘제1회 제주국제디카시페스티벌’을 열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됐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 15개국에서 참여를 신청하는 등 국내·외 4000여 명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대단한 국제적인 문학 행사인데 정작 제주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디카시’는 제주가 본향이다. 제주대학교나 위치 좋은 곳에 ‘디카시의 본향 제주’(Dica poem Island Jeju)라는 표지석을 세우고 국제적인 디카시 축제를 연다면 국제자유도시 제주는 디카시의 성지(聖地)가 될 것이며 디카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들르고 싶어 할 것이다. 

내년으로 순연된 ‘제1회 제주국제디카시페스티벌’은 한국디카시인협회와 ‘시를사랑하는사람들 전국모임’ 등이 주축이 돼서 진행하고 있지만 제주도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문학 역사 상 최초의 토종 문학이자 문학한류인 ‘디카시의 본향’이라는 뜻이 갖는 대표성과 그 폭발력은 앞으로 대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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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영 2020-08-11 08:56:31
내년에 디카시의 본향에서 세계인들이 함께하는
디카시 페스티벌 상상만으로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