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錢)’의 홍수를 무슨 수로 막을까
‘쩐(錢)’의 홍수를 무슨 수로 막을까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08.0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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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요물(妖物)이다. 속담에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고 한다. 아무리 천한 사람이라도 돈만 있으면 남들이 높이 대해 준다는 말이다.
돈은 물신(物神)이라고 한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고 ‘처녀 불알’도 사 올 수 있다는 세상이다.
돌고 돈다는 데서 ‘돈’이 유래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돈은 기원전 4000년 말에 나온 신석기 ‘돌 돈’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돈’이란 말의 어원도 ‘돌’과 관련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옛말에서 쓰인 명사형 어미 ‘ㄴ’이 ‘ㄹ’ 대신에 쓰이면서 일반 돌과 구별하여 ‘돈’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돈’은 절대 ‘돌’이 아니다.
“돈 보기를 돌보듯 하라”는 옛 선비의 가르침도 몸가짐, 마음가짐의 근본을 말하는 것이지 돈을 갖지도 말라는 건 아니다.
▲돈이 돈 같지 않는 세상이다.
요즘 돈이 돈 구실을 못해 나타나는 ‘화폐 타락’의 징후는 뚜렸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위기극복을 명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나선 ‘돈 풀기’의 후유증이다.
정치인들은 더 많은 돈 살포를 요구한다. 통상 ‘시중 통화량’이라고 부르는 M2(광의 통화량)는 지난 4월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크게 낮추면서 시중엔 돈을 구하기 쉬워졌고 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도 없어졌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0.5% 수준에 불과하다(8월 7일 현재). 1년간 1억원을 맡겨봤자 세금을 뺀 이자는 월 3만5250원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다.
▲돈값(금리)이 바닥(0%대)인 상태에서 시중에 돈이 홍수니 화폐 타락, 즉 화폐 가치의 추락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기본 상식을 외면하고 이 나라의 높으신 분들은 부동산과 집값 문제로 날을 지새우고 있으니 답답하다.
신제주 부동산시장의 나이 든 중개인은 돈, 즉 ‘쩐’(錢) 홍수를 무슨 수로 막느냐고 했다.
(서울 등에서)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집값이 내린 지역은 또 무엇이냐”고 했더니 “그건 수급에 따라 값이 오르고 내리는 돈의 속성에 주목하면 이해가 된다”고 했다.
돈이 많고 몰리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제주시 비트코인 시장의 중개인도 돈이 돈 구실을 못하니 가상 화폐가 뜨고 있다고 했다.
화폐 자체를 사고 팔리는 특수한 재화라고 본다면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전국이 홍수로 물난리 아비규환을 겪고 있다.
경제엔 올해 ‘집중 돈비(雨)’가 내려 ‘쩐’(錢)의 대홍수가 터졌다.
돈 비로 불어난 부동자금은 무려 1000조원에 달한다.
이 돈이 움직이고 있다.
금 가격은 천정부지다. 올해에만 25% 넘게 가격이 올라 금 1돈(3.75g) 값이 30만2500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지난 3월 기록한 연저점에서 각각 59%, 98% 급등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도 지난 3월 600만원대에서 지난 7일 기준 139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제주지역에는 토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 충격으로 실물경제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인데도 안전 자산뿐 아니라 위험 자산마저 가격이 치솟는 현 상황은 ‘비(非) 정상’이다.
‘국가시스템 중 가장 신뢰할 만한 게 화폐’라는데 이 가치가 흔들리는 ‘쩐’의 대홍수를 만났으니… 이를 어쩌랴.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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