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문화 꽃피웠던 아유타야
찬란한 문화 꽃피웠던 아유타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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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역사 속 찬란한 불교 사원국가 아유타야(1)

■ 태국 역사상 가장 수명이 길었던 왕국

라오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숙소 로비를 서성거리다가 벽면에 붙어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클로즈업됩니다. 가까이 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커다란 나무뿌리에 부처상 머리가 박혀 있는 사진입니다.

깜짝 놀라 종업원에게 ‘이 사진이 어느 곳이냐’ 물었더니 자기는 잘 모르고 주인이 안다며 주인을 부르더군요. 사진을 본 주인도 자기도 잘 모르고 얼마 전 라오스를 자주 오는 외국 사진가가 주고 간 사진이라 장소는 모른다는 겁니다. ‘혹시 아는 사람 없느냐’고 몇 번이고 물었지만 전혀 알 수가 없다는군요.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외국인이 ‘저 곳은 라오스가 아니고 아마도 태국에 있는 것 같다’며 방콕에 가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합니다.

방콕에서 하루 시간은 있지만 어떻게 알아볼 방법이 없어 아쉬움 속에 방콕으로 출발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돌아다니기가 싫어 숙소에서 서성거리며 여행 안내서를 뒤적거리는데 그렇게 찾았던 나무뿌리에 밝힌 불상이 있는 지역을 찾았습니다. 뛸 듯이 기쁘더군요. 안내 카운터에 사진을 보이면서 ‘이 곳 갈려면 어떻게 가느냐.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느냐’고 했더니 하루면 충분히 다녀올 수가 있으니 지금 신청하면 내일 아침 출발하는 차편으로 갈 수 있답니다. 나는 주저없이 그 자리에서 신청했습니다.

멈춰버린 역사 속 1000여 개 불교사원, 폐허 불교 사원국가 아유타야왕국입니다. 아유타야는 라오스 여행을 시작할 때 비엔티안 역사에 나타났던 불교 왕국으로 한 때는 상당히 넓은 국토를 가졌던 불교 왕국이었습니다. 방콕 북쪽 64㎞ 떨어진 곳에 있는 아유타유 왕국은 지금은 태국에 속해있으나 1350년에서 1767년까지 400년간 존재했던 태국 역사 상 가장 수명이 길었던 왕국입니다.

■ 흡사 전쟁으로 폐허가 된 듯한 사원들

새벽 버스를 타고 혼자서 출발하면서 약간 걱정을 했지요. 현지에서 돌아다니다 길을 잃으면 어쩔까? 제대로 찾아다닐 수는 있을까?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걱정을 하며 버스를 같이 타고 가는 사람들 면면을 살피며 ‘혹시 한국 사람 없을까’하고 두리번거리기도 했지요.

한참 달리던 버스가 한 사원에 서며 30분 안에 돌아보고 주차장으로 오라고 합니다. 차에서 내려서는데 ‘여보 같이 가요’하는 한국말이 들려 돌아보니 나이가 많은 노부부가 한국 사람이더군요. 얼마나 반갑던지 ‘한국에서 오셨습니까’했더니 그 분들도 꼭 한국 사람 같아 물어보려고 했다는군요. 그 부부는 아유타야유적이 너무 좋아 이번이 세 번째라 지리를 잘 안다고 함께 다니자고 합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아유타야왕국에 대한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사전지식이 전혀 없던 저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답니다.

저는 어느 지역 여행을 가기 전 그 지역 여행 정보를 사전에 알고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묘한 버릇이 있습니다. 먼저 알고 가면 신비감이 반감되는 것 같아 현장에 도착해 정보를 찾았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현장에서 뭘 찾아야,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여기 아유타야왕국도 널리 알려진 불교유적지인데도 태국을 몇 차례 왔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 해 이제야 아유타야가 얼마나 대단한 불교유적지임을 알고 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유타야왕국 이야기를 듣다 창밖을 보니 멀리 허물어지다 남은 흡사 전쟁으로 폐허가 된 듯한 사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곳이 바로 417년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아유타야왕국의 사원들이랍니다.

버스가 멈추고 자세한 설명을 듣기도 전에 허물어지다 남은, 머리가 잘려버린 불상들이 즐비한, 그야말로 처참한 모습의 사원들을 촬영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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