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길로 안내하는 하나의 대답
과학자의 길로 안내하는 하나의 대답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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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엄마는 북극 출장 중 - 이유경

여성과학자 외길 인생 담담히 밝혀
불확실성 대한 현실 고민 등 담아
북극 다산과학기지 연구 활동 소개
지속적 연구 토대 마련 관심 필요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8월에도 저 멀리 북극 다산과학기지에서 극지연구소 연구원 이유경 박사는 기후 변화를 대비하고 기초 과학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이 책은 한 여성과학자가 과학의 길목으로 들어섰던 과정과 과학에 대한 기대와 좌절, 직장인이자 엄마로서 겪어야만 하는 여러 어려움과 나라를 대표해 극지연구소에서 연구하며 가졌던 희망과 꿈을 담담하게 때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별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과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주저하는 학생들,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님들이 함께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을 통해 과학자가 되기까지 불확실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자의 길로 안내하는 하나의 대답이 되고자 한다.

그건 과학반에서 시작됐다.”

호기심이 많아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중학교 과학시간에 선생님의 권유로 과학반에 들어가며 과학의 길목에 서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 채집 여행을 통해 해조류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저자는 미세조류를 연구하게 되고 비단잘록이를 통해 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수없이 반복되는 실험과 연구, 이를 통해 데이터를 만들고 유의미한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현실적 어려움과 고민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과학자의 길목에서 드디어 과학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기초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본격적인 과학자로서 삶을 살아가는 저자는 과학자의 자세와 마음가짐, 우리나라 과학의 현실적 어려움, 그 간의 성과와 목표를 보여주며 과학자의 삶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순수한 기초 과학의 설자리는 매우 좁다. 과학 발전을 경제적인 관점 중심에서 바라보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과학적 연구는 힘들고 예산적 뒷받침도 모자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는 일본의 이화학연구소 마츠모토 히로시 이사장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이 다각적으로 연구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고 있다.

과학자들이 하는 연구가 지금 당장은 쓸모없을 것 같지만 이 연구 결과가 나중에 어떤 힘을 발휘할지 그 누구도 알지 못 한다. 기초 과학의 위대함도 바로 여기에 있다.”

차가운 해변의 땅에서.”

저자는 남극에 있는 세종과학기지보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소개하고 극지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진행하는 연구와 각종 프로그램 등을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북극 다산과학기지는 20024월에 문을 열었으며 북극 툰드라 식물과 생태를 연구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다산과학기지에서 대부분의 연구가 일회성으로 그쳤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는 사소해 보이는 관측이지만 수십년간 꾸준히 하면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는 강력한 데이터가 되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독일 등 다른 국가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북극을 연구하면서 가장 저자를 힘들게 한건 북극권 최고의 포식자 북극곰이다. 점심을 먹을 때도 북극곰이 냄새를 맡고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한다. 북극곰보다 더 괴로운 것은 모기떼다. 수도 없이 나타나는 모기떼를 막기 위해 모기장 옷을 입고 다니며 저자는 힘겹게 북극에서의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북극에서의 연구는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전 지구적인 이슈인 기후 변화에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며 앞으로 좀 더 과감하게 북극 연구에 참여하고 좋은 성과로 기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그동안 사회에 집중 받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을 알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북극 또는 우리가 관심이 갖지 않는 분야에서 묵묵히 수도 없는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며 헌신하고 있을 수많은 과학자들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신석민 서귀포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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