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화폐’가 주목받는 이유
‘제주화폐’가 주목받는 이유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20.08.06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속담 가운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제주를 비유하는 말로도 곧잘 이용된다. 지역자금 역외유출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자금 역외유출 문제는 제주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사회문제로까지 떠올랐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퉈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지역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주는 한발 더 뛰었다. 가뜩이나 영세한 토착자본의 한계를 극복해 제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외자유치’가 지방정부 정책의 중심이 됐다.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대자본이 들어오고 그 뒤엔 대규모 자본역외유출이 뒤따랐다. 과거에는 학계나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지역자금 역외유출 규모를 추정하고 이를 지역에 돌게 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이 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외부 자본에 ‘폐쇄주의’ 또는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고, 이럴 경우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10월부터 연내 200억 발행

제주도가 오는 10월부터 제주 지역화폐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대안화폐를 말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가 발행하고 제주에서 쓰는 화폐로, 제주 관내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지역화폐를 발행해 사용하는 곳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00곳을 넘어서고 있다. 그만큼 지역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화폐는 기본적으로 경제위기에 따른 지역 자본 고갈에 대응하는 움직임에서 나타났다. 지역차원에서 지역 화폐를 만들어 퍼트리면 지역단위에서 경제활동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단순논리가 그 배경이다. 지방의 자본이 중앙으로 빠져나가 지역 단위의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지역화폐는 이런 현상을 어느 정도 차단해 준다.

외환으로 환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재테크에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부가적인 특징도 있다. 두 달 뒤면 발행되는 제주 지역화폐의 발행 규모는 올해 2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1500억 원, 2022년 2000억원을 목표로 3년간 3700억원 규모다.

제주도는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국비 16억을 확보한 상태이며 할인 또는 인센티브 제공에 이를 투입할 계획이다.

#지역자본 역외유출 차단도 기대

중국의 이른바 ‘사드보복’으로 제주에서 중국인 관광시장이 무너지면서 한때 제주관광시장 전체가 휘청거렸다. 그렇지만 그 도 한 때에 그쳤다. 중국인 관광객의 빈 자리를 해외로 나가지 못한 국민들이 채웠다. 지금 제주가 반짝 호황을 맞고 있는 배경이다.

가족 또는 동호인 등 개별관광이 중심인 이들 내국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다양한 형태의 도내 관광업소 등을 찾고 있다. 대규모 단체관광객들이 단골로 찾는 외국인면세점 등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전통시장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 들어선 카페와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간직하고 있는 크고 작은 음식점 등이 그곳이다.

팬데믹으로 상징되는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병) 세계적 유행이 끝난 뒤에도 지금과 같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대자본 중심의 개발로 인한 지역자본의 역외유출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 관광지로 제주가 이름을 오릴 수 있었던 것은 이 땅에 대대로 살아온 도민들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생긴 돈 또한 도민들의 수중으로 흘러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 작은 출발점이 ‘제주화폐’이길 기대해 본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