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따돌림 증후군
부모 따돌림 증후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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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면접교섭 상담자들 사이에서 부모 따돌림 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모 따돌림 증후군이란, 자녀가 함께 사는 주양육 부모와 심리적으로 일체가 되어 따로 사는 부 양육 부모를 강력히 거부하는 현상이다. 이것은 원래 미국에서 면접교섭 관련 상담자들이 면접교섭 중재를 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이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이 현상이 부모의 높은 갈등과 자녀의 충성심 갈등, 주양육자의 자녀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세뇌, 부양육자의 자녀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 등에서 비롯된다.성장기 자녀가 이런 현상은 겪고 있다는 것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자녀의 성격이나 지능 형성과 발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말할 나위없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가 협의든 재판으로든 이혼 절차를 밟을 때 각 법원에서는 이혼과 자녀의 양육과 면접교섭을 결정할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그것을 위해 부부에게 각종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부부에게도 이혼을 수차례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쉽지 않다.본인들의 스트레스로 자칫 놓쳤을 수도 있는 자녀 입장에서의 이혼 이후 생활을 법원이 제공한 상담 시간을 통해 새삼 짚어보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 과정을 통해 상대방과는 이혼으로 남남이 되지만 자녀에게는 서로 부모라는 것을 인정하며 자녀 입장에서의 양육환경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높은 부부 갈등이 수년 간 지속되면서 그 갈등이 만성화되어버린 부부도 보인다. 우울이 만성화되면 스스로 우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듯이 고 갈등이 만성화되어버리면 자신들의 고 갈등 상황을 인식하고 그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상대방을 제거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자녀는 부모의 싸움을 여러 번 목격하고 집에서 한쪽 부모 편을 들다가 쫒겨나기도 하며 극도의 우울과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심리 전문가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안타까워 부부에게 자녀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며 부부 모습의 변화를 촉구하면 부부는 잠시 숙연해지다가도 다시 전투 모드로 바뀌면서 상담실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다. 자녀는 이 모습을 수 년째 보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가 높은 갈등을 보이고 대화가 단절될 때 대부분의 자녀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첫째, 자녀가 부모의 갈등에 편입되면서 함께 사는 주양육 부모의 편을 들고 주양육 부모와 같은 시각으로 따로 사는 부양육 부모를 증오하는 감정을 가진다.

부모가 서로를 향한 비난, 불신이 강할수록 부모의 정서가 불안정해지는데, 그 안에 살고 있는 자녀도 덩달아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진다. 따로 사는 부양육 부모를 오랫동안 보지 못할 때 그리움 감정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모 따돌림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는 자녀는 주양육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부양육 부모를 미워하고 그 분노로 그리움 감정을 눌러버린다. 그래서 함께 사는 부모와 같은 편이 되어 따로 사는 부모에 대한 거부를 심하게 보인다. 이 모습을 본 주양육 부모는 아이가 면접교섭을 거부하니 자신도 면접교섭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고, 아이는 주양육 부모의 그 태도를 보고 면접교섭 거부 의사를 더 확실히 한다. 이 상태로 이혼이 결정된다면 자녀는 부모의 이혼 이후에 더욱 강하게 면접교섭을 거부하게 되고 자녀가 자신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며 따로 사는 부모는 양육비를 줄 수 없다고 맞불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부모를 보며 자녀는 더욱 크게 따로 사는 부모에게 공격적인 마음을 갖게 되고 따로 사는 부모도 역시 자녀와 주양육 부모를 함께 미워하고 증오하여 결국 모든 가족의 구성원의 심신이 황폐해진다. 그런데 자녀가 어릴 때는 따로 사는 부양육 부모만 공격하지만, 청소년기가 되면서 주양육 부모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둘째, 자녀를 탈취하는 등 양육환경이 자주 바뀔 때 자녀의 스트레스는 극도에 달한다. 현 양육 부모에게 지나치게 충성심을 보이고 불리 불안 증세를 보이고 한다. 그러면서 따로 사는 부양육 부모를 밀어내고 거부한다. 자녀의 그 모습에 따로 사는 부모는 주양육 부모가 세뇌해서 자녀가 이렇게 되었다고 비난하며 갈등이 더욱 커진다.

셋째, 양육 협의가 원만하게 되지 않고 양육 분쟁이 심할 때 자녀는 불안을 느낀다. 현재 함께 사는 부모는 법에 정한 면접교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상대방에게 보낼 때 내키지 않고 불안한 얼굴을 한다. 그 모습을 본 자녀는 면접교섭을 거부하기 마련이다. 자녀도 예를 들면 아빠가 면접교섭 후 자기를 엄마에게 돌려보내줄까?하는 불안감에 면접교섭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녀가 겪는 스트레스는 성인도 감당하기 어렵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린 아이의 스트레스 코티졸 호르몬은 자녀의 정서 발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이 우울과 위축, 비행이다.

자녀에게 부모 따돌림 증후군이 생기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가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자녀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화목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표면적으로라도 싸우지 않고 자녀 문제를 상의할 수 있어야 하고, 자녀가 아플 때 번갈아 병원에 데리고 갈 정도가 되어야 한다. 본인의 병리적 문제로 부부 갈등이 심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부모 따돌림 증후군은 부모에게서 비롯되어 자녀에게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국 부모에게로 불행이 돌아가는 몹시 무겁고 슬픈 현상이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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