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로봇분야 외길…로봇산업 미래를 말하다
30년 로봇분야 외길…로봇산업 미래를 말하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20.08.04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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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로봇산업-일자리 선순환적 구조
돌봄·물류로봇 등 쓰임새 다양
가정용·국방용 등 범위·기술 진화
5대 로봇강국 한국, 기술력 집중
"제주 과학역량 발전 위해 '3T'필수"
제주 출신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자신의 30년 넘은 로봇분야 인생을 돌아보며 로봇산업의 미래에 대해 밝혔다.
제주 출신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자신의 30년 넘은 로봇분야 인생을 돌아보며 로봇산업의 미래에 대해 밝혔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문전일 원장을 만났다. 제주출신으로 30년 넘게 로봇분야 산·학·연을 두루 거친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주과학기술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3T’(기술 Technology, 인재 Talent, 관용 Tolerance)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 선순환적로봇산업과일자리

로봇산업이 국내에서 발전해도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을 도와 협업하고 공존해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지요.”

국내 대표적인 로봇전문가인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의 말이다. 20181월 취임 이후 쉼 없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문 원장은 로봇이야말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동현장에선 제조업분야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는 살아생전 100년 안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미래는 날로 성장하는 기술력(로봇)’인간 지혜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에 대해 경고했던 걸 생각하면 지나친 낙관 아닌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고 공상과학(SF) 영화엔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며 사람의 모습을 한 터미네이터가 인간을 공격한다.

우려 섞인 질문이 이어지자 문 원장은 물론 로봇에 대한 관련법이나 윤리규정도 중요하지만 로봇산업 전반을 보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가장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아마존에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하지만 정작 창고 내 적재나 이동에 투입됐고 결과는 배송시간의 엄청난 단축으로 주문량은 훨씬 늘었다. 결국 몇 년새 30만명을 더 고용했다는 통계가 나왔고 로봇산업과 일자리는 선순환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시대로봇산업효과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언택트·Untact)이라는 생소한 말이 일상화 되면서 인공지능(AI)에 관심은 더 집중되고 있지만 문 원장은 정작 로봇이 사람을 완벽 대체하는 건 5% 수준으로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고 있다고 여러 통계학적 근거들을 제시한다.

사실 코로나19로 서울의료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자 문 원장이 바로 시작한 것이 발열감지·살균 로봇 3, 6대를 무상임대 지원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서울의료원에서 관련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감염위험에 노출된 의료인들을 도와줘서 정반대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돌봄로봇이나 물류로봇 등 쓰임새도 다양해졌고 특히 서비스분야에서 로봇에 대한 요구가 훨씬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 거대한 산업로봇에서 길을 잃은 이들을 안내하거나 병원에선 수술로봇, 재활로봇, 간병로봇, 진단로봇이 등장했다. 가정용, 국방용, 오락용, 교육용 등 그 범위와 기술진화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지난해 3월 22일 로봇산업 발전전략 발표 기념 사진.
지난해 3월 22일 로봇산업 발전전략 발표 기념 사진.

▪ 한국의로봇산업수준은?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에 이어 우리가 세계 5대 로봇강국입니다. 기술측면에서 미국·독일·일본이, 생산량에선 중국이 절대 강자다. 우리는 기술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로 방향을 전환해 힘을 쏟고 있어요. 문제는 연구진들이 정부출연기관에 70%가 집중돼 있어서 산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무게중심이 기업으로 많이 전환해야 관련 소재부품의 국산화, 완성도와 신뢰성, 안전성을 높일 수 있지요. 지금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부 지원에 대해 묻자 문 원장은 정부에선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구에서 직접 로봇산업발전방안을 보고받았고 8월에는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도 발표됐다그만큼 정부가 로봇산업 발전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고 예산 지원 역시 역대 최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원장이 20181월 취임 후 진흥원은 우선 로봇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규모가 작은 로봇관련기업들에 대한 시제품을 필요한 곳에 연결해주는 컨소시엄이나 로봇산업의 표준화, 제품 인증 등 다양하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로봇산업 역시 관련분야가 골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가 구축돼야 하고 규모의 성장도 함께 동반돼야 한다. 지난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로봇 전국투어를 했는데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하는지, 로봇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이고, 로봇기업들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수요·공급자가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올해는 서비스로봇도 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산업용로봇에 집중돼 왔지만 이제 서비스로봇으로 확대될 거라 봅니다.”

지난해 8월 7일 SBB테크 VIP방문 기념 사진.
지난해 8월 7일 SBB테크 VIP방문 기념 사진.

▪ 로봇연구외길제주의방향은

애월중학교 2학년 때인가, 만화로 로보트 태권브이를 처음 봤는데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렇다고 로봇연구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고 오현고를 졸업하면서 처음엔 대양을 누비는 항해사를 꿈꿨었다. 그런데 해양대 최종합격, 그것도 수석으로 입학했는데 결국 낙방했다. 당시만해도 제주 출신은 친인척 중에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과 작은 연관만 있다고 하면 신원조회에서 죄다 떨어지던 일들이 비일비재했는데 뒤늦게 그걸 알게 됐고 그래서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에 입학해서 줄곧 이쪽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그의 연구성과는 탁월해 2016년부터 4년 연속,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 세계 인물’(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실렸고 지난 1월엔 학문적 성과뿐 아니라 기술개발, 산업발전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에 선임됐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의 기계공학분야 일반회원은 총 65명이다.

제주의 과학기술발전, 과학기술 역량을 높여나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묻자 대구를 예로 들며 ‘3T’를 강조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대구는 폐쇄적이었지만 현재는 과학기술분야에서 상당한 개방성과 포용성으로 많은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요소로 3T,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공동체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제주에 맞는 3T를 만들어가야겠다. 더욱이 제주는 전기차분야, 마이스산업분야 등에서 로봇산업과 많이 연계될 수 있어서 특화된 제주의 비전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국내에서 로봇연구와 산업계를 두루 거친 몇 안되는 로봇산업전문가다. 제주시 애월읍 출신으로 애월중, 오현고, 서울대 기계설계학(시스템제어)을 졸업했다.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로봇제어) 석사를, 시러큐스대학(Syracuse Univ.)에서 기계항공공학(지능제어)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산전 중앙연구소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부총장 및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장 등을 지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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