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스테로이드
양날의 검, 스테로이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02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진호 정형외과 전문의

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임상시험에서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덱사메타손이 중증환자 사망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코로나19 입원 환자중 2000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투여한 뒤 이를 그렇지 않은 4000명과 비교한 연구한 결과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의 사망위험은 40%에서 20%로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위험은 25%에서 20%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테로이드는 인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인데 이를 합성해 염증 치료 등에 사용하는 것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이다. 이는 만병통치약이라 불릴 정도로 흔하게 사용되며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염증 반응을 강력히 억제해 통증을 빨리 사라지게 만든다. 피부과와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에서 주로 사용되며 테니스 엘보와 퇴행성 관절염, 슬개건염, 방아쇠 손가락, 오십견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하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이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가장 큰 부작용은 주사 맞은 부위의 피부색이 변하거나 피부 조직 함몰, 괴사등이 있으며 전신적으로 부신 기능저하증이나 혈당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반복적으로 주사하면 힘줄 조직이 약해져 끊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사용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무릎 관절염의 경우는 1년에 3번 넘게 쓰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테니스 엘보 환자들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팔꿈치에 한 번만 맞아도 통증이 사라지기 때문에 신기해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맞으러 온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맞다 보면 효과도 떨어지고 주사 맞은 피부가 선홍색으로 변하면서 말라버린다.

심한 경우는 힘줄이 녹아내려 파열되기도 한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아픈 무릎에 뼈 주사를 놔달라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는 노인들이 있다. 뼈주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카리키는 말이며 실제 뼈에 놓는 것이 아니고 관절안의 공간에 주사한다. 온갖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무릎 통증이 주사 한방으로 싹 가시니까 무조건 뼈 주사만 놔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부작용이 크다. 심하면 관절 연골이 괴사돼 수술을 해야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경우에도 염증을 가라앉힐 뿐 아니라 면역반응을 억제해 뜻밖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근본적 치료제가 아니라 염증 반응을 완화해 보조적인 치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다면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지켜 사용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다고 더 먹거나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끊어버리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증상에 따라 서서히 증량하고 약을 중지할 때도 용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서서히 감량하는 것이 원칙이다.

스테로이드는 잘 쓰면 명약이지만 잘못쓰면 독약이 되는 양날의 검이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