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의견수렴 갈등, 해법은 ‘당정의 몫’이다
제2공항 의견수렴 갈등, 해법은 ‘당정의 몫’이다
  • 김태형 선임기자
  • 승인 2020.07.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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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최대 현안이자 핵심 갈등 사업으로 부상한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가장 합리적이고 도민을 위한 결정일까? 이달 들어 매주 1차례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제2공항 쟁점 해소 공개토론회’를 보면서 찬반 입장을 떠나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당초 국토교통부와 시민사회단체(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토론자로 나서 핵심 쟁점에 대해 진위를 가리게 되면서 이번 토론회를 끝으로 지역 내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컸다. 이에 토론회 취지도 쟁점 의혹 및 갈등 해소에 최우선 방점을 찍었다.

토론회는 큰 틀에서 ‘현 제주공항의 포화 상태와 국민 안전 등을 위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과 ‘제주의 환경수용력 한계와 현 제주공항 확충으로도 충분하다’는 시민단체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매번 평행선을 달리는 포맷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첨예한 찬반 주장만 앞세운 대립 구도의 토론회는 새로운 내용보다는 기존 대립각의 연속선상에 놓이면서 더 이상 도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이렇다 할 이슈도 만들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찬반 대척점에 서 있던 ‘원점’과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토론회 이후 시민단체는 물론 ‘제2공항 갈등 해소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제주도와 함께 토론회를 주최한 제주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도민 의견수렴’이라는 카드를 해법으로 들고 나왔다.

이는 지난 24일 열린 마지막 4차 토론에서 국토교통부 대표로 나온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이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해 건의하면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는 발언에서 촉발됐다. 그는 “주민투표는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절대다수의 반대라면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25일 제주에서 막을 올린 민주당 당권레이스까지 번졌다. 유력 당대표 후보들이 ‘도민 의견수렴’ 필요성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주를 찾은 이낙연 후보는 “도민 의견을 최대한 따르겠다”고 했으며, 김부겸 후보도 “도민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밀어붙이지 않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확대 해석하면 정부와 여당이 제2공항 갈등 해소 방안으로 ‘도민 의견수렴’에 의견 일치를 본 것과 다를 바 없다. 제주도 자체적으로 추진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믿어도 될까?

그동안 나름대로 적지 않은 정치인과 정책 입안 당국자들을 인터뷰해온 기자의 시각으로는 민주당 당권 후보와 국토부 정책관의 발언은 다른 한편으로 ‘원론적인 입장’으로도 읽힌다.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게 최선책이다. 도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된 제2공항 갈등 해결과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갈등에서 벗어나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제주도와 도의회는 모두 제2공항 갈등의 이해관계자로 얽혀 있다. 만에 하나 도민 의견수렴을 직접 추진하게 되면 오히려 갈등의 골만 심화, 사회적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치유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처를 입을 우려가 크다. 이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충분히 겪지 않았던가.

근본적으로 국책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결정은 최우선적으로 정부, 나아가 집권 여당의 몫이다. 제2공항 건설 사업도 그동안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라는 대통령 공약으로 10년 넘게 추진돼 오면서 최종적으로 정부가 부지 결정까지 발표한 국책 사업이다. 그런데 갈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역 내 의견 수렴으로 도민들이 내몰린다면 다름 아닌 정부와 정치권이 갈등 조정에 앞서 지역 내 갈등만 조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제2공항 의견 수렴 추진 여부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과 갈등 확대 재생산을 막기 위한 선결과제는 명확하다. 다름 아닌 당정이 협의를 통해 ‘제주 제2공항의 도민 의견수렴’을 결정하고, 정부가 직접 의견수렴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이에 대한 의견 제시와 정부의 의견수렴 실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분명한 건 현명한 도민들은 더 이상 강정 해군기지의 갈등이 제2공항으로 재현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정은 먼저 이에 부응하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kimt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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