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기
수애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7.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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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따끈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바다를 향해 탁 트인 유리창을 마주하고 앉았다. 시야의 반경이 200도는 되게 꺾여 있다. 남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야자수 몇 그루도 심었고 화산석도 옮겨왔다. 입구에는 송이석으로 된 큰 물고기 한 마리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가 인상적이다. 깊은 뜻은 무엇일까.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갑자기 바다에는 화살표 솟대처럼 잠겼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여러 개가 움직인다. 어머나. 내 눈을 의심했다. 이곳에서 보다니.

풍덩 소리와 더불어 수액 수액소리가 났다. 사오십 마리가 큰 타원형을 그리며 물에서 솟아오르기를 하고 있다. 지느러미와 꼬리가 교차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자 관람객이 됐다. 친정엄마의 옛 기억을 더듬던 소리가 생각난다.

절울이에 절이 치면 무서운 소리가 났져.(송악산 절벽에 파도가 부딪히면 무서웠어) 산이 물까지 돌메지 않으난 물질허당 보민 수애기를 많이 봤쥬(산이 물까지 지정구역이 없던 시절에 돌고래를 많이 봤어)” 친정엄마는 알뜨르 송악산 인근에서 산이 물까지 물질을 했나 보다.

물질 들어가기 두 세시간 전부터 배 속을 비워야 소라와 전복 딸 때 숨차지 않았어지금의 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것도 해녀처럼 식간을 이용한 운동 시간인지 모른다.

제주에 사는 남방 돌고래는 일제강점기 때 서귀포항에서 일본으로 공출해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적도 있다.

세대가 바뀌면서 어선의 그물에 걸린 제돌이와 제순이도 바다로 돌려 보내졌다. 갇혀 지낸 실내에서 주파수에 민감하고 야생 먹이 사냥에 둔하게 되는 교란이 일어가자 고래 서식지로 귀향했다. 관광 붐이 일면서 돌고래 쇼장에서 조련사의 훈련에 맞춰졌던 남방 돌고래는 장애가 되기 직전에 고향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해상풍력발전이 돌아가는 주파수와 돌고래의 주파수가 부딪치면 항구를 출입하는 어선의 수신도 어렵다는 지론이다. 개발에 급급하고 전력생산에만 주력할 때가 아니다. 자연환경 파괴가 서서히 돼가면서 인간에게 다가올 피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돌고래를 수애기라 부른다.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몇 개의 테이블이 있고 쉴 수 있는 베드까지 놓였다. 망망대해에서 배에 탄 기분이다. 햇빛 가림용 흰색 천은 범선을 상징하고 있다. 주인은 바다를 너무 사랑하며 제주를 알리려는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돌고래의 서식지를 보존하려는 마을 사람의 확고한 결의에 찬사를 보낸다. 카페에 앉아 후세대에 이르기까지 돌고래쇼를 안방에서 관람하듯 보고 있다. 친정엄마 목소리가 그리운 오늘이다. 바다 물비늘에 한 마리 돌고래가 튀어 오른다. 윤슬이 곱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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