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가포르’는 ‘개꿈’이었나
‘홍가포르’는 ‘개꿈’이었나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07.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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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계획도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일까.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엑소더스’(Exodus·대탈출)를 보며 ‘홍가포르의 꿈’이 생각났다.

2005년 7월 28일 오후 8시 TV 뉴스를 다시 보자.

<앵커> 제주를 하나의 큰 자치도로 바꾸는 방안이 어제(27일) 주민 투표를 통과함으로써, 제주특별자치도를 향한 첫 단추가 꿰어졌습니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모델로 한 이른 바 ‘홍가포르’ 프로젝트입니다. OOO기자입니다.

<기자> 제주도 주민투표 결과 현행 제주의 4개 시군은 2개 시로 통합되고 시장은 도지사에 의해 임명됩니다. 이에 따라 각종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발전을 선도할 핵심산업은 관광, 교육, 의료입니다. 국제적인 외국학교와 국제병원 등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유엔 산하기관을 유치해 관광산업과 연계한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풀 수 있는 규제는 모두 풀 계획입니다….

▲정부는 제주도를 무비자, 무관세(면세), 무규제의 국제자유도시로 만든다고 했다. 제주도민들이 주민투표로 이를 동의했다. 이렇게 시작된 ‘홍가포르’의 꿈은 제주 미래 비전이었다.

2010년 9월 7일자 신문을 보자.

“제주를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명품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에 취임한 OOO씨는 JDC가 설립된 지 벌써 8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성과가 크지 않다며 오는 2015년까지 6조7000억원을 투입해 관광, 교육 의료 등 핵심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제주국제자유도시는 ‘국제’나 ‘자유’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다.  

관광, 교육, 의료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좌초됐다. 무(無)비자, 무관세(면세), 무규제의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로 했던 이른 바 ‘3무(無)정책’도 남은 것은 겨우 공항 면세점 정도다.

▲홍가포르 모델 중 하나인 홍콩에 중국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대우를 폐지하자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홍콩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을 이어받기 위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국의 유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일자리와 투자 자본을 동시에 확충해 코로나19 사태로 가라앉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국제 금융도시 도쿄’를 내걸고 탈홍콩 금융인 등에게 비자 면제는 물론 사무실까지 공짜로 주겠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홍콩 국제학교 이설 유치에 나서고 타이베이는 국제증권사 등을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시진핑의 눈치를 보는 지 이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다.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잠잠하다.

왜 이런 기회를 외면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제자유도시의 꿈은 한낱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나. 이제 홍가포르의 꿈은 ‘개꿈’으로 인정돼 제주 비전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진 건가.

주민투표를 통해 추진된 이 꿈이 ‘개꿈’이 됐다면 누군가가 이를 공식 확인하고 폐기물처리장으로 보내야 한다.

방향도 없고 정책도 없이 어정쩡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혹독한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는 꿈이 필요하다.

50년 전 한국 경제가 급성장한 것도 “잘 살아보자”는 절실한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주 미래 세대의 꿈은 우리 세대보다 더 커야 한다.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서 이루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우리 제주에 큰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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