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뒷문채용’, 짓밟히는 청년의 꿈
지방공기업 ‘뒷문채용’, 짓밟히는 청년의 꿈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20.07.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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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 지금 대한민국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처음에는 생소했던 이 단어가 요즘은 웬만하면 다 아는 신조어가 됐다. 그리고 이 ‘인국공 사태’는 집권여당의 핵심지지층인 2030세대의 이탈로 이어졌다.

‘인국공 사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을 함축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에 근무 중인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 전환대상자 2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출발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넘어 취업준비생들의 반발을 불렀다. 공채를 통해 인국공에 입사를 준비하려던 젊은이들이 반발했다.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열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가세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줬다”고 비판했다.

인국공이라는 한 기관에서 발생한 이 상황에 대한민국 2030세대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는 지방정부인 제주도가 관리·감독하는 지방공공기관에서 ‘음습한 채용’이 대거 적발됐다.

#제주도감사위원회 32건 적발

제주도감사위원가 지방정부인 제주도가 관리·감독하는 도내 20개 지방공공기관의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채용실태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그 결과 다양한 편법과 변칙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직원 공개채용 때 동점자가 나오자 동점자 중 1명에게 공고문이 정한 합격자 결정 기준과 다르게 보훈가점을 줘 최종 합격시켰다.

시험전형위원을 내부직원으로만 구성해 합격자를 결정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 사업이 아닌데도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삼아 특별채용 했다. 직원 공개채용에 인사위원회 심의도 없이 응시자격을 제한했다.

인사위원회의 심의내용과 다르게 시험전형 방법과 합격자 결정 방법을 임의로 변경했다. 전형 위원을 응시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구성해 합격자를 부정하게 결정했다. 개방형직위 공모 공고를 자체 홈페이지에만 게재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이번 적발된 32건에 대해 행정상 조치와 10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취할 것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바로잡겠다’ 겉도는 대책

“조직 개편을 통해 공공부문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전담조직을 도입하고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채용전담팀을 구성‧운영하겠다. 자녀들이 공정하게 채용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으로 인사‧채용 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하겠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 8월 2일 제주도 산하 공공기관 경영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공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공공부문 채용비리 근절책 발언 중 일부다. 그런데 이번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는 원 지사의 이 언급을 ‘허명이 공언’으로 만든 셈이 됐다.

채용 비리는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채용 비리는 음습한 권력을 앞세워 타인의 취업 기회를 말살하는 범죄 행위다. 반칙으로 기회를 빼앗은 행위다. 공정한 경쟁을 부정하고 선량한 사회구성원이 추구하는 공동체의 선(善)을 훼손한다.

이를 몰를 리 없는 제주도는 기회 있을 때 마다 ‘개선하겠다’ 또는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도 그 때 뿐이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뒷문채용과 공채를 빙자한 ‘사전내통 채용’ 등 음습한 관행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경쟁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공동체의 선을 파괴하는 사실상의 범죄행위가 반복됐다. 산하 공공기관의 인사문제 조차 제대로 ‘평정’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더 큰 제주’를 꺼낼 수 있는지.

내가 당당해야 상대에게도 당당함을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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