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와 제주新보, 그리고 ‘내로남불’
제주일보와 제주新보, 그리고 ‘내로남불’
  • 홍성배 선임 기자
  • 승인 2020.07.08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사자성어가 아닌데도 국어사전에 버젓이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진 이후 일상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데,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 잣대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에서 이동제한령을 강화했을 때 일부 지도급 인사들이 이를 무시한 행동으로 도마에 오르며 ‘내로남불’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각한 것은 ‘내로남불’이 단순 비난을 넘어 불신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 지도층이 국민을 편 가르고 허탈감을 안겨준 사례를 우리는 여전히 목도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자가 당착과 아집이 도사리고 있다.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일컫는 언론도 마찬가지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과 독자에게로 향한다.

최근 들어 제주新보가 오는 15일부터 제주일보로 신문을 발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밖으로는 정론직필을 내건 언론사이면서 스스로 했던 말을 뒤집으며 나선 것이다.

▲빼앗겼던 제호?=제주新보는 지면을 통해 빼앗겼던 제호를 되찾았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자신들이 스스로 내버렸다는 게 사실과 부합한다.

제주일보 상표권 경매는 부도 이후 퇴직금을 받기 위해 전직 제주일보사 직원들이 신청해 이뤄졌다. 자신들이 경매를 희망했고, 법원이라는 공정한 틀에서 경쟁했다면 결과가 가슴이 쓰리고 원통할지라도 승복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경매 어간에 검찰에 제출한 호소문에서도 ‘이번 경매에서 낙찰 받은 사람이 제주일보를 발행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경매에서 3명 중 꼴찌를 하자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제주일보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낙찰금의 절반 정도를 퇴직금의 일부로 받은 이후에도 여전했다. 그 결과 있을 수 없는 2개의 제주일보 사태까지 초래됐다.

더군다나 제주新보측은 제주일보 제호를 경매를 통해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제주일보 한글‧한문 제호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결을 청구해 상표권 등록까지 말소시켜 버렸다. 2014년 1월 사고에서 ‘지난해 제주일보의 위기를 틈타 한 주간지가 허술한 법 규정을 이용, 제호를 ’제주신문‘으로 변경해 일간지를 발행하고 있다’며 비판했던 상황에서, ‘내로남불’ 이제는 자신들이 그 같은 빈틈을 악용했던 것이다.

최근 법원의 가처분 수용 결정은 앞으로 제주일보 제호 사용을 놓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과거와 손잡다?=발행 초기 제주新보는 지면에 싣기가 부적절한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았다. 그럼에도 맞대응하지 않은 것은 진흙탕 속의 싸움보다 누가 더 나은 신문을 만드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도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서로 갈 길을 가면 될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주新보의 마음에는 늘 제주일보 뿐이었던 모양이다. 자신들이 만들겠다는 제주일보가 75년 전통의 제주일보와는 전혀 무관한, 이름만 동일한 제주일보인 것을 잘 알 텐데도 목을 매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의 제주신문이 75년 전통 속의 제주신문이 아닌 것처럼….

다음은 2016년 3월 24일 제주新보가 공식 입장을 밝힌 ‘알림’의 일부다.

-우선 ‘제주新보’의 탄생은 제호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와 관련해서 더 이상 도민사회에 불편과 혼란을 끼쳐드리지 않고 새로운 각오와 사명감으로 정진하자는 다짐에서 결정됐습니다. 일차적으론 제호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에서 법원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데 따른 불가피성이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전(前) 사주 그리고 그 일가와의 악연의 고리를 끊고 과거의 적폐와 단절하고자 결정됐습니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이제 와서 자신들이 ‘근본적’으로 부정했던 과거와의 연결을 다시 시도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홍성배 선임 기자  andhong@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