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도 시장은 시장인데…
행정시장도 시장은 시장인데…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0.07.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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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다. 시민들은 시장을 직접 뽑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한다. 그래도 시장은 있다. 행정시장이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관할구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시’를 두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다. 행정시장은 일반직 또는 정무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고 도지사가 임명한다. 

행정시장 인사청문은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후반기에 도입됐다. 그 이전에는 도지사가 낙점하면 그대로 행정시장이 됐다.

인사청문 도입 이후의 행정시장 임용 절차는 개방형 공모(전국 단위)→제주도인사위원회 추천(2∼3명)→최종 후보 선정→도의회 인사청문→도지사 임명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어제(1일) 취임한 민선 7기 원 도정 후반기 행정시장 2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행정시장을 역임했거나 그 직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22명이다. 제주시 10명, 서귀포시 12명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인사청문의 벽을 넘지 못 한 예정자도 있다.

행정시장의 임기가 2년 이라고는 하나 다 채우고 자리를 물러난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10개월, 1년, 1년 6개월 등으로 들쭉날쭉이다. 2개월 만에 중도 하차한 사례도 있다. 그야말로 ‘고무줄 임기’다.

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 힘이 있을 리 없다. 그동안 행정시장을 지냈던 사람들은 재임 중에 “권한의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행정시장이 임용되는 과정도 인사청문 결과보다는 도지사 의지가 우선이다. 공모 전부터 도지사 주변 사람들이 거론된다. 소위 말하는 측근, 충신, 선거공신 등이다. 결국에는 그런 인물들이 행정시장이 되는 사례를 도민들은 보아 왔다.

행정시장이 임명될 때마다 ‘짜고 치는 고스톱’, ‘무늬만 공모’ 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도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자기 사람’ 또는 ‘선거 캠프’ 인사들이 시장이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도민들은 ‘행정시장 무용론’을 꺼내며 제도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다. 행정시장을 시민들이 직접 뽑고 권한도 강화하는 것이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민선 5기 때부터 나왔다. 민선 6기 들어서는 그 목소리가 커졌다. 2016년 도의회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직선제 찬성’이 70%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지난해 정치권에서 이슈가 됐다. 제주출신 강창일 국회의원이 적극 나섰다. 그는 행정시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는 제주도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개선안 대해 ‘최종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특별자치도’ 설립 취지에 비춰볼 때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도지사와 시장 간 사무 배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조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강 의원은 20대 국회 회기 막판까지 행정시장 직선제에 매달렸으나 의원 입법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4선인 강 의원은 지난 4ㆍ15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후배에게 양보했다.

‘행정시장 직선제’가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불씨는 남아 있다. 움직임도 있다. 제주도가 7단계 제도개선안에 포함했고 도의원과 제주출신 국회의원들도 치열하게 접근하고 있다.

어쩌면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은 민선 7기 원 도정이 마지막 일 수도 있다.

도의회의 양 행정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달 26일과 29일에 열렸다. 청문 결과 제주시장은 ‘적격’, 서귀포시장은 ‘부적격’이다. 원 지사는 둘 다 행정시장으로 임명했다.

김태엽 서귀포시장은 청문 내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시장으로 일할 기회를 준다면 고향 서귀포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시장이 됐고 오늘(2일)로 임기 이틀째다.

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부적격’으로 결론을 내도 임명을 강행한 원 지사만 바라보지 말고, 특정세력에 휘둘리지 말고, 시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 말고 시민을 섬기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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