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바람직한 부모 역할
이혼 후 바람직한 부모 역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3.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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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설립한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지난 25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은 생계와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한부모들이 비양육 부모로부터 원활하게 양육비를 받도록 지원해 주기 위해 설립됐다.

개원한 지 1년 만에 3만6000여 건의 전문상담이 이루어지고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해 판결 집행권을 받거나 신청인과 비양육자 간 합의를 이끌어 낸 2837건 가운데 실제 양육 부모에게 총 844건, 양육비 38억3600여 만원이 이행되었다.

필자는 양육비 이행 책임 및 소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 구성된 ‘양육비 협의 조정 자문단’ 중 한 사람으로 위촉되어 출범 1주년 행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출범 1주년 행사 일주일 전에는 양육비 이행 관리원의 제1호 전문상담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아마 법원에서 오랜 시간 협의와 재판 그리고 비송 사건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자녀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점, 부모의 이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혼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들의 갈등 수준을 낮추고 서로 겪고 있는 갈등을 중재하는 경력이 인정되어 마련된 자리인 듯 하다.

그래서 앞으로 양육비 이행관리원에서도 필자는 양육·비양육 부모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자녀들의 양육비 지원만이 아니라 헤어져 있는 비양육 부모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토대가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혼이 가족의 단절이나 파괴나 아니라 가족의 변화이며 이혼 이후에도 자녀는 양육·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라는 경제적인 지원과 면접교섭이라는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존재로 흔들림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토양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부부는 비록 이혼을 하고 헤어졌어도 부모의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그럴려면 우선적으로 서로를 원망하지 않아야 한다. 이혼 상황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양육을 하고 있는 부모는 자녀 앞에서 비양육 부모를 비난하여 아이에게 비양육 부모에 대한 분노를 심어 주어서는 안된다. 본인에게는 좋은 배우자가 아니지만 아이에게는 소중한 부모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이를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양육하여야 한다.

적극적으로 비양육 부모와 자녀가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여야 한다. 비양육 부모와 양육 부모가 이혼 후에도 계속 싸운다면 자녀는 불편한 마음 때문에 비양육 부모를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양육 부모 입장에서는 애쓰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자신이 싫어하는 상대방을 아이가 그리워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고 그 불편한 마음은 행동에 그대로 묻어나게 마련이다. 아이는 그런 모습을 보며 비양육 부모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 숨겨둔 좌절과 분노는 나중에 커서 힘이 생겼을 때 비행을 저지르거나 꾹 참아 우울이나 불안을 늘 안고 살게 된다.

비양육 부모도 자녀를 자주 만나 아이가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기억은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여 사회생활을 어렵게 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도와주어 자녀가 궁핍하지 않게 살도록 해야 한다. 양육비 지급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에게 지급되는 양육비 액수에 따라 아이의 생활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판사 출신으로 가정법원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이선희 이행관리원장이 인터뷰와 출범식에서 했던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과거 판사시절 소년 사건을 다뤄보면 문제 청소년 뒤에는 이들을 방치하는 부모가 있다. 부모의 햇볕과 같은 사랑이 충분히 부어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묻기 전에 우리가 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반죽에 누룩을 넣으면 부풀 듯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사람들의 꿈을 키우는 누룩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살아가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길 기원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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