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원희룡이 가야할 길
대권주자 원희룡이 가야할 길
  • 김태형 선임기자
  • 승인 2020.06.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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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대권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인 그는 이달 초 2년 뒤 있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지난 총선 참패로 무너진 보수 재건을 책임질 대권주자로서의 담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권을 향한 원 지사의 행보는 거침없을 정도로 패기 넘치는 자신감으로 차 있다. 그가 “대한민국의 담대한 변화를 주도했던 보수의 역동성과 그 유전자를 회복하는 게 역사적 사명”이라고 밝힌 것처럼 보수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겠다는 비장한 각오마저 느껴진다.

원 지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중앙정치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정치적 발언 수위를 높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의회주의자 김대중과 원칙주의자 노무현,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민주당은 이제 없다”며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의 끝”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야당이 맡아온 법사위원장과 여야 합의 상임위원장 선출 관례를 다수당이라는 힘을 앞세워 원칙 없이 무력화시킨데 대한 보수당 원내대표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의 일침이자 독설인 셈이다.

원 지사는 대권 도전 입장을 밝힌 주간지 인터뷰에서도 “국민의 상식에 열렬히 응답하는 보수”를 지향점으로 피력하며 원칙과 상식을 강조했다. 그가 예전에 밝혔던,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했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맥락을 같이 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국민의 상식’이라는 지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다름 아닌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원 도정을 함께 이끌 차기 서귀포시장 내정자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다. 불과 3개월 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공직자 출신 인사를 다른 곳도 아닌 집행 행정기관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결정은 아무리 곱씹어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인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직자 출신 인사가 이사장 선임 후에도 제주도 인사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최근 선임된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제주도 경관심의위원장을 계속 역임하는 점도 상식적이고 정상적인지 의문이 커진다.

정치 및 행정 철학을 공유한 측근 인사가 주요 자리를 맡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법 강화 이후 공직자는 물론 국회의원 등 정치인 공천 심사에서도 결격 사유가 되는 음주 전력 인사를 낙점하고,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장들이 도정의 핵심 위원장을 맡는 부분을 상식적이라고 한다면 이에 수긍할 도민과 대중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원 지사가 최소한 도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물론 원 지사의 대권 도전에 대한 시각은 관점과 정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금 타이밍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일부라도 도민의 성원을 받으며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대담한 제주의 도전’은 그렇게 출발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귀결된 ‘촛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국민들의 사회·정치적 수준은 한층 성숙해졌고 시대정신도 급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딘 건 기득권 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권과 관료사회 등이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상식’과 ‘협치’, ‘공감능력’ 등을 주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더디기만 하다. 최근 21대 국회와 제주 상황 등을 보면서 국민과 도민들이 ‘바보 노무현’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권 도전에 나선 원 지사가 개혁보수층과 중도층을 아우르는 ‘담대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다면 ‘상식’과 ‘공감능력’을 곱씹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도민들의 응원을 받고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달라진 시대는 어느덧 이념과 진영을 떠나 ‘상식의 철학’과 ‘공감능력’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담대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kimt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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