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어깃장 볼턴 회고록, 한미관계까지 불편
하노이회담 어깃장 볼턴 회고록, 한미관계까지 불편
  • 변경혜 기자
  • 승인 2020.06.2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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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강하게 비판…“기본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
정의용 “볼턴, 사실 크게 왜곡…미 정부 조치 기대”
“한미동맹, 양국 안보이익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어”
문 대통령 비핵화 구상에 ‘조현병’ 운운…靑 “본인이 그런 것 아닌가”

한반도 역사의 중요한 고비였던 하노이 북미회담의 어깃장을 놓았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담긴 한반도 관련 내용이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회고록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한미, 북미, 남북미 정상간 회담 과정에서 이뤄진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상황에 대한 것으로 사실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데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국면에서 이같은 일방적 주장이 자칫 외교적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2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또한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지난해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정상회동을 주도해왔고 카운터파트로 볼턴 전 보좌관과도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볼턴은 지난해 판문점 남북미정상회동에는 참여하지 못해 몽골을 방문, 당시 배경에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 실장은 특히 이번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윤 수석 역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정상간의 진솔하고 건설적 협의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하는 것은 기본을 갖추진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정상회동에 대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의 거듭된 거절에도 문 대통령이 회동참여 의사를 강하게 전하며 “일단 판문점 내 관측 초소까지 같이 가서 결정하자”고 요구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볼턴은 남북정상간 핫라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구상에 대해서도 ‘조현병 환자 같은 (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막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신(볼턴)이 판단해 봐야 될 문제,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다”라고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한편 볼턴의 주장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 조차 부적절한 것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대통령의 참모직을 수행하면서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 것올 안다”라고 비판했다.

네오콘의 대표적 인물인 볼턴은 2000년대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재임당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해온 초강경파이며 이라크전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이다. UN대사 임기중에는 이란, 우크라이나, 리비아, 시리아, 예멘 내전의 미국 참전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지나친 강경발언으로 부시 대통령이 결국 경질했다. 트럼프 보좌관으로 임명된 뒤에도 지나치게 강경파 입장을 대변하며 호전적 언사를 일삼아 뉴욕 타임스는 “만약 볼턴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겼다면 우리는 지금쯤 네 개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을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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