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의 추억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19대 대선의 추억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 홍성배 선임 기자
  • 승인 2020.06.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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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광장을 밝히면서 2016년 겨울은 뜨거웠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어느 때보다 바빠졌다.

빨라진 대선 시계에 맞춰 대선주자들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 그리고 그들의 제주에 대한 생각을 도민들에게 알리는 일은 제주 언론의 중요한 사명이었다.

유력 대선주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던 시간들은 그들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이었지만 보람으로 남았다.

당시 대담을 나눴던 대선주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삼각편대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모두 7명이었다. 나중에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섰던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와 대면한 셈이다.

어떤 이에게서는 온화함이, 어떤 이에게는 냉철함이, 어떤 이에게는 패기가, 어떤 이에게는 정치 경륜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 과정에서 정치 외적으로 인상이 깊었던 것은 지방자치단체장 대선주자들을 만날 때였다. 성남시청에서 만난 이재명 시장은 대부분 경기도 외의 언론을 상대로 자신을 알리고 있었다. 정치적인 소견을 밝히기 위해 자유롭게 국회를 찾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난 경기도 서울사무소는 편안한 캠프 같은 느낌이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활동해야 하는 현실에서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이점을 그대로 누리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안희정 충남지사는 아예 여의도에 선거사무소를 두고 경선을 준비했다. 마침 그곳을 찾았을 때 충남에서 대규모 응원단이 떡을 싸들고 방문해 안 지사의 승리를 기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들은 안 지사의 도전을 자랑스러워했다. 사무실 관계자들의 자연스런 모습에서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구나 하고 여겨졌다.

문득 제주의 현직 자치단체장이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선거운동을 하면 어떤 반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도 잠룡으로 구분되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떠올랐던 까닭이다.

혹시나 했던 일이 몇 년 뒤 역시나로 바뀌었다. 원 지사가 대선 출마 의지를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원 지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행사 특강에서 오십 좀 넘는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오는 2022년 대선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원 지사의 정치철학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원 지사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은 현실에서도 더 냉정하고 공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1%에 불과한 제주에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대선주자를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은 결과에 관계없이 행복한 일이다.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봤듯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도지사라는 자리는 그저 자기 지역에 눌러앉아 말단 공무원부터 마을의 소소한 일까지 직접 챙기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원 지사의 도전에서 중요한 것은 도민들에게, 나아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고 얼마만큼 믿음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선택을 통해 원 지사는 국정 운영의 비전과 철학 제시는 물론 지금까지 제주를 경영하면서 보여줬던, 그리고 앞으로 보여줄 모든 것에 대해 향후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큰일을 위해서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혼자서는 안 된다. 주위의 희생과 헌신이라는 뒷받침이 없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한 여름 밤의 꿈에 불과하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원 지사 주변에선 그의 대권 도전을 얼마만큼 바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원 지사 본인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일들의 공과는 결국 원 지사에게로 귀결된다. 그런데도 최근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그리 시원찮아 보인다.

 

 

홍성배 선임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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