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발행 시작된 국내 첫 본격 바둑잡지
1964년 발행 시작된 국내 첫 본격 바둑잡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6.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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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棋苑)’(育民社,棋苑社)

창간호부터 제16권까지 완질 입수
깨끗한 상태…책방지기 마음 오롯
개성만점 작은 서점 많이 생겼으면
기원(棋苑)(育民社,棋苑社 1964~65) 창간호~제16호 전부.
기원(棋苑)(育民社,棋苑社 1964~65) 창간호~제16호 전부.

지난 4월 어느 봄날 도내(道內) 서쪽에 있는 한 작은 책방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별(自別)하게 지내는 동쪽에 있는 한 책방이 정리하는 데 우리 책방에 필요한 책이 있으면 가져가도 좋다는 전언(傳言)이었다. 도내 책 관련 축제 등에서 종종 만난 적이 있는 분이라 약속한 시간에 맞춰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한 마을에 있었던 동네 책방을 넘어서 도민들에게나 제주를 찾은 분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책방이 문을 닫는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책방 근처에 있던 한 독립서점도 간판을 내리는 등 요즘 사라지는 작은 서점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긴 새로 생기는 책방도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책방을 아주 폐점을 하는 것은 아니고 도내는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서 계속할 생각이고 지금의 책방 터를 이어받는 것도 서울에서 유명했던 한 작은 책방이란다. 사랑받던 책방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사랑받는 책방이 들어온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리할 책들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우리 책방으로 싣고 갈 책들을 박스에 담거나 끈으로 묶고 있는 데 잠시 지켜보던 그 분은 보고 있기 힘들다며 발길을 돌렸다. 애써 모아 애지중지하던 놈들을 품에서 떠나보낸다는 게 어떤 마음일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 책방을 사랑하던 분들이 나눠준 책을 내게 소개해 줄 때 빛나던 그 책방지기의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책들은 시집이나 소설 등 주로 문학작품이 많았지만 그 중에는 책방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책도 있었다. 오늘은 그 책을 소개해 보련다.

기원(棋苑)(育民社 1964) 창간호 판권.
기원(棋苑)(育民社 1964) 창간호 판권.

바로 1964년 발행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첫 번째 본격적인 바둑잡지 기원(棋苑)’(育民社,棋苑社)이다. 그것도 창간호부터 제16(2권 제10)까지 한권도 빠진 게 없는 완질이다. 1956년에 창간된 바둑잡지 기도(棋道)’(大韓棋道院)도 있었지만 계속 간행되는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기원을 첫 바둑잡지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창간호부터 제11호까지는 육민사에서, 12호부터 제16호까지는 기원사에서 발행했다.

이 잡지를 보고 있으면 애초에 바둑을 사랑해서 이 책을 소장했던 분이나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했던 책방지기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출판된 그 시절이나 연식에 비해 책의 보존 상태가 좋은 점도 그렇고 그 세월 동안 낙질 한권 없는 점도 그렇다.

지난해 12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지역서점 현황조사 및 진흥정책 연구에 따르면 우리 제주에 있는 전체 서점 수는 모두 86곳으로 2017년에 비해 14곳이 증가했다. 그 중 지역서점은 27곳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 독립서점은 모두 59곳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서점보다 독립서점이 많은 곳이다(본지 2020324일자 10면 참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명멸(明滅)은 하겠지만 각자의 개성이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서점들이 더욱 더 많아졌으면 싶다.

이제 우리 제주를 떠나는 건 아쉽지만 지리산 자락으로 가는 그 분의 건투를 빌며 가까운 장래에 하동(河東)에서도 여전히 사랑 받는 작은 책방 소식이 들리길 바란다.

기원(棋苑)(育民社 1964) 창간호 표지.
기원(棋苑)(育民社 1964) 창간호 표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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