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4·3피해 함께 겪은 제주불교 '진실을 밝히다'
참혹한 4·3피해 함께 겪은 제주불교 '진실을 밝히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20.05.1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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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조계종 나무갤러리에서 전시회 개막
이홍정 목사, 집단학살 관여 ‘서청’ 역사 공식 사과
“극우개신교 세력 분단·냉전 정당화하며 만행·침묵
불교계와 함께 사회적 치유와 화해 과정 성취할 것“

제주4·3 당시 제주도민들의 참혹한 피해를 함께 겪은 제주불교계의 진실을 밝히는 전시회가 11일 개막해 일주일간 이어진다. 제주불교의 피해를 종교적으로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나무갤러리에서 문을 연 전시회에는 맥간공예를 선보이는 이수진 작가와 제주4·3을 카메라에 담아온 김계호 작가의 작픔 40여점이 전시됐다.

이 작가는 보리줄기의 빛을 그대로 살려내 도안에 맞게 잘라 붙여 누런 보릿대의 자연스러운 빛과 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맥간공예로 이름나 있다. 4·3을 기록하고 있는 김 작가는 통꽃으로 지는 동백꽃을 처음 카메라 앵글에 담으며 제주4·3의 아픔을 접하고 최근엔 오롯이 4·3을 담아내기 위해 거처를 제주로 옮겼다.

4·3당시 제주불교가 피해를 입은 건 37곳으로 이중 사찰이 완전히 불에 타 없어진 경우도 18곳에 이른다. 제주불교의 피해가 집중됐던 시기는 토벌대에 의한 무자비한 집단학살과 방화가  집중됐던 초토화 시기와 비슷해 1948년 11월에서 1949년 2월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특히 이날 전시회 개막식에는 불교계와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의 종교계에서도 상당수 참여했으며 당시 제주도민 집단학살에 관여한 서북청년단의 책임에 대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 이홍정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승만 정권의 비호아래 극우개신교 세력이 반공을 신학화하고 분단·냉전을 정당화하면서 제주4·3의 시공에서 저지른 만행과 이후의 침묵을 십자가 아래 회개와 용서, 화해와 상생의 자리로 이끌기 위해 오체투지의 마음으로 정진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목사는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특별히 제주4·3의 시공에서 수난당하며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겪어야만 했던 우리의 이웃 종교인 불교의 도반들에게 통회(痛悔)의 마음을 전한다”며 “불교계와 함께 사회적 치유와 화해의 과정을 성취해 한반도에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정토(淨土),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금곡 총무부장스님과 이홍정 목사 등 불교,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계에서 대거 참석했으며 제주에선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등이 함께 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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