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코비드-19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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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수필가·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코비드-19(이하 코로나19)는 ‘coronavirus disease-19’의 약칭이다. 

아침저녁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코로나19 뉴스를 보는 것이 일상화돼 버렸다. 5개월째다.

매일 같은 뉴스라도 계속 보게 되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몇 백 명씩 죽어가는 코로나19 사망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자기 생명과도 관련이 있다는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생전에 겪어 보지 못 한 마스크 대란을 거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루한 ‘방콕’ 생활을 하다 보니 일상생활마저 패턴이 많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우한 시 중심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이 환자를 진료하다 그 환자로부터 사스(SARS) 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알려졌다. 

그는 곧 카카오톡과 유사한 중국의 웨이신 채팅방을 통해 이런 내용을 의대 동기 의사들과 공유했고 이 글이 코로나19에 대한 최초의 경고가 됐다. 이러한 경고에도 조기 대처에 실패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 다음으로는 친중국 경향이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안이한 대처도 코로나19 확산에 한 몫했다. WHO는 급기야 지난달 11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27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90만명, 누적 사망자는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누적 확진자는 1만명, 누적 사망자는 240명을 넘어섰다. 제주도는 다행히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누적 확진자는 13명이 발생했다. 

코로나19는 미국과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가 가장 심하고 유럽을 비롯한 6대주로 선진국이든 빈곤국이든 무차별적으로 번졌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권력자든 아니든 무차별적으로 감염되고 있다.

사망자 처리도 어려워 세계 곳곳에 시쳇더미가 쌓여가고 있다. 감염이 두려워 임종을 지켜볼 수도 없다. 곧장 화장장행이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예상해서 백신과 치료약을 준비해 둘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두려운 것이다. 

감염병 가운데 인류가 최초 박멸한 것이 천연두다. 220년 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할 때 인체 실험 대상은 남의 집 여덟 살 아이였다. 당시에도 윤리적 문제와 관련해 엄청난 비판을 받아가면서 백신을 만들었다. 그가 백신을 개발했기에 망정이지 없었다고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한 재앙이다.

이같이 아무리 첨단 AI 시대에 의학 발전이 눈부셔도 불가피하게 윤리적 문제를 안고 실험을 거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1956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독일 의사 포르스만은 자기 몸을 대상으로 실험을 강행했고 이는 심장병 진단과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열정적인 의사와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도 목숨을 건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과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 백신 개발 경쟁에 나섰다. 백신 개발을 위한 인체 실험에 44개국에서 1750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했다고 한다.

가정주부에서부터 학생, 퇴역군인, 학자들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실험 대상으로 나섰다. 한 달이면 50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자원했다”고 한다. 남을 살리고자 자기 목숨을 건 코로나19 임상 지원자들의 이타적 결심이 놀랍기만 하다. 

목숨을 건 헌신에 비하면 조금 불편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생활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하는 것만이 공동체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다면 아무리 큰 재앙이 닥쳐도 인류 공동체는 희망이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꽃피는 봄은 우리 모두에게 악몽의 봄이다. 

‘황무지’ 시처럼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린’ 삶이였지만 앞으로 다가올 겨울은 코로나19가 종식돼 하얀 모자에 빨간 장갑을 끼고 눈싸움하는 낭만의 겨울이 됐으면 한다. 

제발 내년 봄에는 악몽에서 벗어나 눈 속에 얼었던 땅을 뚫는 대지의 생명력을 본받아 다시 일어나고 다시 기운 내고 다시 희망을 만들어 가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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