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은 어쩌면…외모 아닌 내면 치료 아닐까
성형수술은 어쩌면…외모 아닌 내면 치료 아닐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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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성형외과 전문의

왜 성형외과 의사가 됐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들었다. 우리 때 의대생들은 본과 3학년(일반학과생으로 치자면 5학년) 나이가 되면 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그 기간 내가 느꼈던 건 질환이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사람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긴 병원 생활은 몸의 힘도 활력도 정신적으로도 지치게 만든다. 퇴원 한다는 것은 일상으로 복귀를 의미하지만 실제적으로 퇴원을 해도 바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는 힘든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퇴원하는 환자들을 관찰했을 때 아주 즐거운 얼굴로 퇴원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일부 성형외과 환자들이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퇴원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왜 그럴까? 내가 내린 결론은 성형외과 치료의 목표가 다른 치료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질환의 치료, 수술은 비정상인 몸의 상태를 질환 이전의 정상 상태로 돌려 놓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런데 성형외과에서는 나쁘거나 정상상태의 환자를 이전보다 오히려 나아진 상태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비정상(abnormal)을 정상(normal)으로 돌려 놓기 위함이 아니라 정상(normal)을 초정상(supernormal)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 성형외과학의 매력이었다(물론 나중에 보니 재건, 외상에 의한 성형외과 치료의 과정은 일반적인 질환의 치료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가끔 수술을 하고 나서 아직 퉁퉁 부어 있는 상황인 데도, 너무 예뻐진 것 같다, 눈이 엄청 편안하고 커져서 좋다고 기뻐하는 경우나 감정적으로 북받쳐 우는 환자도 보게 된다. 당연히 수술을 한 의사 입장에서도 그런 날은 기분이 매우 좋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미용 성형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는 이미지가 좋지 않아 돈만 밝히는 돌팔이(?)일지 모르지만 이런 작은 감사와 감동이 아직도 나를 성형외과 의사라는 직업에 붙여 놓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타고난 조건에 의해서 차별받거나 조롱받을 이유는 없다. 사회가 아주 이상적이라면 아마도 누구의 외모가 어떤 상태이든 차별없이 똑같이 대우를 해줄 것이다. 미용 성형외과 의사들은 필요 없어지고 미세수지 접합이나 외상, 재건 성형을 하는 소수의 성형외과 의사만 남게 될 것이다. 아직 그만큼 사람의 인식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형외과 의사들은 내면의 치유를 위한 외연의 치료를 아직도 열심히들 하고 있다.

우리의 삶도 정상에서 초정상을 향해서 매진하던 시기가 있었으나 불과 몇 달 사이에 그냥 정상적인 삶, 평범한 일상이 목표가 돼 버렸다. 마스크 없이 생활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밖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공기처럼 당연하던 일상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몰랐다. 빨리 우리 사회도 질환상태에서 벗어나 정상화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든다. 그렇게 되면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 가야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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