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총선...유권자는 현명했다
막 내린 총선...유권자는 현명했다
  • 김태형 선임기자
  • 승인 2020.04.2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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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보수 야당의 참패’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블랙홀 속에서도 국민 유권자들의 참정권 열기는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28년만의 최고 투표율(66.2%)을 보여준 민심은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180석 거대 여당’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과론적인 선거 특성에 맞춰 승부의 균형추가 갈린 요인을 놓고 수많은 정치공학적 분석과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정국을 방패삼아 진보와 보수 간 첨예한 진영 대결로 압축된 선거였다고 평한다.

이 같은 양강 구도 속에서 ‘스윙보터((swing voter)’인 중도 무당층 표심이 보수 야당에서 내세운 ‘정권 심판’보다는 탄핵 후에도 제대로 된 반성과 쇄신을 외면한 ‘보수 심판’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풀이하면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좋았기 보다는 미래통합당이 더욱 싫었다는 얘기다.

‘상대성 게임’이라는 선거 특성상 맞는 말이겠지만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한편으로 해석해 본다면 이번 총선은 ‘누가 누가 잘하나’를 뽑는 게 아니라 ‘누가 누가 잘못하나’를 골라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선거로 치러진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총선에서 최선이나 차선을 선택할 수 있는 유권자 권리는 애초부터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정국을 빌미로 총선 주자로 나선 여야 모두 정책 공약 경쟁은 뒷전으로 해놓고 세 결집을 위한 진영 논리와 이념 대결에 매몰돼 유권자들을 외면하게 하는 ‘무관심 선거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막판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보다도 문재인 대통령 재신임 여부를 묻는 ‘대리전’으로까지 치부될 정도로 선거판이 혼탁해지면서 비방만으로 표를 바라는 구태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돌아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최우선 화두 중 하나가 ‘경제 살리기’였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여파로 불확실성이 더해진 민생경제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실현해낼 해법과 대안이 무엇보다 간절했다.

하지만 선거 내내 코로나 블랙홀을 관통할 경제 이슈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야 할 것 없이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참신한 경제 정책이나 공약을 내걸며 민심을 파고들지 못했다. 코로나 대책도 모두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공언하면서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선거는 끝났다. 불안한 코로나 정국과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에서부터 수준 높은 참정 의식을 보여주면서 ‘위대한 유권자의 힘’을 또 한 번 보여줬다.

총선 이후 남겨진 대명제는 ‘정치 개혁’이라는 숙제다. 그 출발점은 일하는 국회다. 적어도 식물국회를 만드는 소모적인 정쟁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게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이다. 그만큼 21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 코로나 위기 극복 등의 국가 현안 해결에 매진하는 달라진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겸비하고 합리적인 균형감각으로 협치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념과 세대를 뛰어넘고, 특권과 차별을 없애는 공정사회의 가치를 재정립하면서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슬기로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처럼 ‘품격을 갖춘 정치’로의 환골탈태는 유권자들의 엄중한 명령이자 정치 개혁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보면서 유권자 민심은 앞으로 2년, 또는 4년 뒤에 있을 선거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정치권에서는 명심해야 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kimt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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