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지 여명의 하늘 수놓은 열기구
불교 성지 여명의 하늘 수놓은 열기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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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최대의 불교국 미얀마를 찾아서(5)
해가 떠오를 때를 맞춰 대평원의 파고다(불탑) 위로 열기구가 서서히 떠올라 장관을 이룬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파고다 지붕 위에 올라 새벽을 맞는다.
해가 떠오를 때를 맞춰 대평원의 파고다(불탑) 위로 열기구가 서서히 떠올라 장관을 이룬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파고다 지붕 위에 올라 새벽을 맞는다.

■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중 하나 ‘바간’

미얀마 바간(bagan)은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중 하나입니다. 1996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바간을 추가하면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대 바간의 건축물은 5000개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남아있는 유적은 사원과 탑, 수도원 등을 모두 포함해 3122개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바간 유적이 오랜 세월 훼손된 채 방치돼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은 2300여 개라고 추정하고 있답니다. 여러 차례의 지진과 습한 기후 때문에 복원 속도는 더딘 편이지만 미얀마 정부는 바간을 ‘고고학 유적지대’로 지정해 유적 복원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라 합니다.

바간의 역사는 기원전 2세기 무렵까지 거슬러 갑니다. 타무다릿(Thamudarit) 왕이 주변의 소수 부족을 통합해 아리마다나푸라(Arimaddana-Pura)국을 세운 것이 바간 역사의 시초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간 왕조의 영화는 1044년 바간을 통일한 아노라타(Anawrahta) 왕부터 시작됩니다. 아노라타 왕은 1056년 몬주(Mon State)의 따톤(Thaton) 왕국에서 상좌부 불교를 전파하러 온 젊은 승려 신 아라한(Shin Arahan)에 의해 불교에 귀의하면서 왕권 강화와 바간 왕조의 통합을 위해 상좌부 불교를 정식 종교로 채택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지침이 될만한 경전이 없자 아노라타 왕은 따톤 왕국의 마누하(Manuha) 왕에게 불교경전을 필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합니다. 이에 화가 난 아노라타 왕은 전쟁을 일으켜 따톤 왕국을 정복했답니다. 이때 마누하 왕과 탑 쌓는 기술자들을 포로로 데려와 탑들을 쌓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화려한 바간의 문화를 꽃피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바간 곳곳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니 일출과 함께 열기구가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오전 5시40분, 일출과 열기구가 떠오르는 순간을 찍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나서지 않으면 장소가 없다고 합니다. 어두컴컴할 때 택시를 타고 작은 숲길을 달려 한 파고다(불탑)의 좁은 통로를 힘들게 올라서자 어느새 많은 사람이 모여있습니다. 비좁은 틈을 비집어 삼각대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으니 서서히 날이 밝아오면서 멀리 열기구가 하나둘 불꽃을 피우며 하늘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합니다.

바간에는 크고 작은 파고다가 수없이 많다. 관광객들이 마차를 타고 파고다를 둘러보고 있다.
바간에는 크고 작은 파고다가 수없이 많다. 관광객들이 마차를 타고 파고다를 둘러보고 있다.

조금씩 날이 밝아오자 숲 속에 숨겨졌던 파고다들도 보이기 시작했고 20여 개의 열기구가 넓은 벌판에 있는 파고다 위를 향해 천천히 날아오기 시작합니다. 사방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합니다. 해가 떠오르면서 숲 속에선 안개가 피어오르는데 파고다, 열기구와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이 연출됩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주변에 여러 개 파고다에는 많은 사람이 올라와 있습니다.

푸~푸~ 불을 내뿜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날아오르는 열기구가 파고다 상공을 지날 때 카메라 셔터 소리가 얼마나 요란스러운지 너나없이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열기구가 상공에서 사라지자 모여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고 그제야 자세히 내려다보니 사방으로 크고 작은 파고다가 수없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열기구를 타고 태양이 서서히 물드는 대평야를 내려다보는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인데 가격이 매우 비싸답니다. 

■ 파고다? 파야?

바간의 모든 탑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누고 있습니다. 하나는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고 사리나 유물을 모시는 기능으로만 지어진 탑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로 들어갈 수 있고 사원을 겸하며 사리탑의 기능을 동시에 가진 탑입니다.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탑은 파야(파고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어 사원을 겸하는 탑은 사원(템플)의 개념에 가깝지만 미얀마에서는 두 형태 모두 파야 또는 파고다라고 부른답니다.

바간에 있는 탑 가운데 ‘쉐산도’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고 대표작으로 꼽히는 ‘아난다’는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데다 사원기능도 있지만 현지에서는 둘 다 파고다 또는 파야라고 혼용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탑을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겉보기에 모두 비슷해 보이는 이들 탑과 사원은 유심히 살펴보면 파야, 파고다, 제디(Zedi), 파토(Phato), 스투파(Stupa), 짜옹(Kyaung), 모나스트리(Monastery) 등으로 적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합쳐 파야 또는 파고다라고 부르면 됩니다.

아침을 먹고 앞으로 이틀 동안 바간에 있을 예정이라 오늘은 낫(Nat) 신앙의 본거지가 있는 뽀빠산을 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시골길을 한참 달리는데 길거리 군데군데 걸인들이 모여 지나는 차를 향해 구걸하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가 그랬는데 자세히 보니 이런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아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미얀마 시골의 현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파고다가 어우러진 평원에서 소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파고다가 어우러진 평원에서 소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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