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향 가득 돌담길 따라…아날로그 책방 감성 ‘물씬’
귤향 가득 돌담길 따라…아날로그 책방 감성 ‘물씬’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4.16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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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네책방 탐방(18)-서귀포시 남원읍
전원생활 느낌 충만, 요리책방 '키라네책부엌'
세계 책과 연필의 만남, '여행가게'

귤 향이 퍼지는 돌담길 너머 제주 남쪽 바닷가가 보이는 서귀포시 남원읍. 이곳에 옛 공간의 의미를 살린 동네책방들이 들어서 마을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키라네책부엌은 1년 간 남원읍 할머니들과 귤을 따러 다니며 도내 사계절 도시락을 맛본 대표가 설립한 요리 전문 서점이다.

여행가게는 독서와 필사, 세계여행을 좋아하는 대표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여행 전문 서점으로, 책을 매개로 한 문화 소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책방은 서귀포시 남원읍 모습과 어우러져 따뜻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키라네책부엌

키라네책부엌 서가 앞에 이금영 대표가 서있다.

서귀포시 신흥리 귤 밭 한가운데 자연의 멋이 느껴지는 요리 서점이 들어섰다.

키라네책부엌(대표 이금영)은 2018년 12월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소재 귤밭 내 옛 가정집을 개조해 오픈했다.

책방 서가는 ▲요리 책(판매용) ▲헌책(열람용) 등으로 채워져 있다. 장서량은 총 200여 종이다.

두 공간으로 분리된 요리책 서가는 요리 관련 소설과 에세이가 주를 이루며, 요리 레시피 책과 잡지도 마련돼 있다.

책의 겉표지에 인쇄된 먹음직스런 디자인은 공간에 정겨운 분위기를 남긴다. 

내용도 세계 할머니들의 요리법 소개나 음식 도감, 한국 제철음식 소개, 일본 유명 요리 소설, 요리 힐링책 등 요리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이 문자화돼 선뵈고 있다.

여럿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안쪽 방의 서가에는 열람용 헌책이 비치돼 있다. 창문 너머로 늦봄에는 귤꽃이, 여름에는 수국이 가득 피어나 절경을 이룬다.

요리 소품(일본 야자모 솔 등)과 식재료(제주 전통 발효 식초 등)도 판매 중이다.

그가 남원읍 작은 마을에 책방을 세운 이유는 독특하다. 서울 대치동에서 화학을 가르쳤던 그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가 음식과 관련된 영화와 책을 보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여행 중 만난 제주 거주 여성과의 인연으로 2014년 제주에 짧은 기간 살러 왔고, 이후 1년 간 남원 할머니들과 귤을 따러 다니며 제주 문화와 음식, 사투리를 배웠다.

그는 할머니들이 고사리(봄) 등 제주 사계절 식재료로 만든 반찬들에 매료됐고, 귤밭 내 옛 가정집을 대여해 요리책으로 가득한 책방으로 개조했다.

한편 책방은 향후 사전예약제와 찻값 정도의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다. 두 조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게 아닌 소수의 인원들이 책방에서 공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주소=서귀포시 신흥리 276.

키라네책부엌 전경

 #여행가게

여행가게 전경

“세계 각지 여행 도서와 다양한 질감과 무게, 굵기를 자랑하는 연필의 매력을 타인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여행가게(대표 정양미)는 2017년 7월 제주시 구좌읍에 오픈한 이후 2018년 8월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부근으로 이전해 세계여행 책 1000종과 필기구, 차를 판매하고 있다.

‘손때 묻은 여행 이야기가 머무는 곳’을 표방한 이 공간은 과거 미용실이기도 했고, 문방구점이기도 했다. 옛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난 오랜 공간의 느낌은 손님에게 아늑함을 남긴다.

정 대표의 서가는 ▲여행 책 ▲헌책 ▲필사 입문서 등으로 채워져 있다.

세계여행을 좋아했던 정씨 부부는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해당 국가를 알고자 책을 사 읽고, 현지서도 책과 잡지를 들여온 덕에 제주 이주 당시 800∼900권에 달했던 소장 도서만으로 가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초 공간은 북스테이로 시작했으나 점차 서점으로 규모가 커졌다.

서점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 대표가 여행가게 안에 마련한 ‘연필가게’가 나온다.

정 대표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곳에는 희귀하고 비싼 게 아닌 세계 각지의 작은 문방구점에서 볼 수 있는 연필과 공책이 소개되고 있다.

차를 좋아하는 정씨 부부는 현지인들이 실제로 즐겨 마시는 차와 찻잔을 직접 묻고 찾아 들여왔다. 손님들은 시향지로 차 향을 직접 맡아보고 원하는 차를 서점 내에서 마실 수도, 사갈 수도 있다. 녹차와 홍차, 우롱차가 주를 이루며 약 200종에 달한다.

소모임도 이뤄지고 있다. 필사 모임은 코로나19 안정 후 매주 금요일 오후 7~9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신청은 에어비엔비를 통하면 된다.

독서모임은 각자 책을 가져와 30분 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코로나19 진정 시 4기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 모집한다.

주소=서귀포시 태위로 929.

여행가게 속 연필가게에 연필 설명문이 붙어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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