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현장의 열정을 응원하며
‘온라인 개학’, 현장의 열정을 응원하며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20.04.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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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날이 지나고 시험의 날이 밝았다. 오늘(16) 제주를 비롯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1~2학년, 고등학교 1~2학년 312만 여명이 추가로 온라인 개학을 맞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3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 9일 고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 온라인 개학은 말 그대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국민 연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부터 갈수록 고통이 커지고 있다. ‘세계사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교육만 예외일 수는 없다.

이 같은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3월 한 달을 그냥 날려버린 다음 마지막 날인 31일 온라인 개학을 불쑥 들고 나온 정부의 단기적인 안목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사태 추이를 살피면서 일부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에 눈길을 돌리고 시범적으로 준비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교사들은 무방비 상태였다. 때문에 온라인 개학이 발표되자 현장에서 겪는 고민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교사들의 인터넷 리터러시가 천양지차인 상태에서 원격수업을 준비하는 게 예삿일이 아니다. 관련 프로그램이나 기기 사용법을 익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데 온라인 개학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마음만 급해져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수십 년의 경륜과 학생 지도의 노하우가 인터넷 기기작동 앞에서 무기력해 보인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럼에도 현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학교마다 교사 연수가 이어지고, 집단 지성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온라인 개학에 맞서 나가고 있다. 1단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지난 9일부터 실시한 나흘간의 수업에서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원격수업 학습관리시스템의 접속 장애 등 기술적인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파행은 피했지만 정상화까지 갈 길은 멀다. 대부분의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이 아닌 단방향으로 이뤄지고 있고, 등교 때나 온라인 스타 강사에 비해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재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이내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지만 작금의 사태가 언제 끝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원격수업이 새로운 교육법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육당국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격 수업을 위한 인프라 확충, 원격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비와 프로그램 지원, 교육현장의 애로 청취 및 해소 등이 시급하다.

비록 차선책인 온라인 개학이지만 결국은 교사들 어깨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일선 고교의 책 쓰기 동아리를 취재할 때 느낀 것이지만 학생들에게 학창시절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었다. 개학이 미뤄진 이후 각급 학교의 교사들은 콜센터 직원처럼 전화통에 매달려 제자들과 만나면서 하루하루 고전분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주도교육청이 현장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를 원격 수업 집중의 달로 정하고 교사들이 원격수업 준비와 진행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나섰다. 더불어 연례적인 축제와 행사들을 축소 또는 취소함으로써 학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절약한 예산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곳에 투자할 계획이다.

400만 명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2단계 개학을 앞두고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예상되는 문제점이 첩첩산중이어서 자칫 초반부터 정상적인 진행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려는 현장의 열정과 노력에서 새 희망을 본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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