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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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1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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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두 종류의 생물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하는 현상은 자연계에 흔하다. 이를테면 한 생물체가 다른 생물체의 표면 또는 내부에 서식하면서 그로부터 필요한 영양물을 섭취하는 생활 양식을 취하는 경우다. 전자를 기생체라고 부르고 후자는 숙주라고 한다. 숙주라고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기생체는 보통 충분한 대가를 지불한다. 일례로 코알라는 독성이 강한 유칼립투스 잎을 소화할 수 있는데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해독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 몸에도 다양한 미생물들이 정착해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것을 정상세균총이라 한다. 유해한 미생물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방해해 인체를 보호하거나 비타민과 같은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 공급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어떤 기회로 존재하지 않던 미생물이 우리 몸에 새로 정착해 증식하게 되면 이 상태를 감염이라고 한다. 그 결과로 인해 몸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상태가 감염병이다. 이때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병원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미생물이 감염 후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질병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성질을 병원성이라고 한다. 같은 종() 안에서도 병원성은 각기 다르다.

병원체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모두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를 현성감염이라 하고 아닌 경우를 불현성감염(무증상 환자)’이라고 한다. 불현성감염은 생각보다 흔한데 뇌염이나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에 현성감염이 되는 비율이 1000명 중에 한 명 꼴 밖에 안된다. 불현성감염이 중요한 이유는 증상은 없어도 전염력이 있다는 것이다. 감염됐다는 사실을 모른 체 사회활동을 지속하기 쉬워 병원체를 확산시킬 위험이 오히려 더 높다. 불현성감염인 경우 면역이 작동해 일정 시간 후 병원체가 몸안에서 완전히 제거된다는 점에서 무증상 보균자와 구별돼야 한다. 보균자인 경우 면역반응을 통해 원인균이 몸에서 제거되지 못하고 체내에 상주하면서 낮은 수준에서 증식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에 있다. 따라서 보균 기간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병원균의 전염원이 된다.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나 살모넬라균 보균자 등이 예이다.

무증상 보균자와 잠복감염도 비슷하지만 다소 다른 개념이다. 숙주의 면역에 의해 병원체가 제거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잠복감염에서는 병원체가 휴지기 상태로 숨어서 숙주의 면역을 피하고 있는 상태라는 차이가 있다. 병원체는 증식하지 않고 극히 미미한 개수만 존재하므로 증상도 없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균도 검출되지 않으며 전염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숙주의 면역이 약해지면 활동을 재개해 증식하고 증상을 유발한다. 결핵의 잠복감염과 헤르페스 감염이 예이다. 몸상태가 안 좋을 때마다 입가에 헤르페스 물집이 생겼던 경험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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