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의 땅 아침, 만달레이 거리 메운 탁발승 행렬
불심의 땅 아침, 만달레이 거리 메운 탁발승 행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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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최대의 불교국 미얀마를 찾아서(4)
1500여 명의 승려가 수행하고 있는 ‘마하간다용 짜웅’은 미얀마 최대의 수도원이다. 대중공양을 알리는 종이 수도원에서 울려 퍼지자 승려들이 탁발수행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신발을 벗은 채 두 줄로 길게 섰다.
1500여 명의 승려가 수행하고 있는 ‘마하간다용 짜웅’은 미얀마 최대의 수도원이다. 대중공양을 알리는 종이 수도원에서 울려 퍼지자 승려들이 탁발수행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신발을 벗은 채 두 줄로 길게 섰다.

■ 옛 왕조는 왜 수도를 자주 옮겼을까?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얀마 역시 옛 수도가 많습니다.

옛날에는 왜 수도를 자주 옮겼을까? 과거 군주 시대에는 새로운 왕이 왕위에 오르면 이전 왕의 도읍지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을 수도로 정해 왕궁을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답니다. 수도를 달리해야 왕권 강화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랍니다. 

아무래도 기존 왕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고 이는 차차 관습처럼 굳어져 수도를 옮겨야 그 왕조의 국민도 태평천하를 누린다고 믿게 됐다고 합니다. 

같은 왕조라도 왕마다 수도를 달리하는 전통 때문에 만달레이 주변에는 유난히 도읍지가 많다고 합니다. 

도읍지가 생기면 그곳에는 또 새로운 사원이 만들어졌으니 도읍지가 있는 곳이면 크고 작은 사원들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불교국가 미얀마, 국민 대다수가 불교 신자인 이 나라의 가장 큰 볼거리를 꼽으라면 아침 거리에서 스님들이 탁발(托鉢·불교에서 말하는 두타행 중 하나로 음식을 얻어먹는 것을 말함)하는 모습입니다. 

아침이면 스님들이 길게 줄을 지어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길에서는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신도들이 챙기고 나온 음식을 스님들에게 나눠주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곳이 불교국가의 참모습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이들 나라에 관광을 가면 새벽에 일부러 탁발하는 스님들 모습을 보기 위해 길거리로 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탁발로 유명한 수도원이 있어 찾아갔습니다. ‘마하간다용 짜웅’이라 불리는 곳으로 1500여 명의 승려가 수행하고 있는 미얀마 최대의 수도원입니다. 

오전 10시15분 대중공양을 알리는 종이 수도원에서 울려 퍼지면 승려들이 일제히 한 자리에 모이는데 어린 사미승부터 나이 지긋한 노스님까지 예외 없이 두 줄로 서서 맨발로 천천히 걸어나옵니다. 그 모습이 몹시 엄숙하고 경건합니다. 

탁발 수행 승려들이 벗어 놓은 신발이 수도원 모퉁이에 놓여 있다.
탁발 수행 승려들이 벗어 놓은 신발이 수도원 모퉁이에 놓여 있다.

길 옆으로는 중국과 한국 등 여러 국가의 불자들이 음식과 생필품 등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승려들이 지나갈 때면 나눠주고 있습니다. 어떤 물건들인지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연필과 볼펜, 노트 등 학용품에서부터 성인용 면도기 등 여러 잡다한 것이 많습니다. 승려들은 이렇게 보시하는 신도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이 탁발수행을 보기 위해 멀리 부산에서 왔다는 한 할머니는 지나가는 승려들 모습을 자세히 보려고 까치발까지 세워 보지만 인파에 밀려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할머니는 결국 자신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과 선물을 앞에 서 있던 사람을 통해 승려들에게 전달했습니다. 

탁발수행을 마친 승려들은 큰 식당에 둘러앉아 식사하는데 소리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을 참관하는 신도들의 웅성거림이 소음이 되고 있습니다.

■ 불교의 성지 ‘바간’으로

짧은 만달레이 답사를 마치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장소인 바간으로 향합니다. 버스를 타고 4시간30분을 달리자 바간 외곽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바간은 미얀마 불교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불교의 성지라고 합니다. 

이번 여행은 가이드가 함께 다니며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단지 차량과 숙박시설만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각종 입장료와 식사, 교통편 등을 자체 해결해야 하는 그야말로 배낭여행입니다.

바간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하는 도중 입장권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일행 중 몇 년간 미얀마를 오갔다는 김 선생은 가는 길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샀어야 했는데 우리가 그냥 지나쳐 버렸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바간 일대를 돌아보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매표소를 볼 수 없었고 택시기사도 입장권을 사라는 말이 없어 현장에서 입장권을 사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오갔습니다. 

이런저런 사정 끝에 숙소에 도착한 후 낙조가 아름답다는 쉐지곤 파고다 지역의 한 자그마한 동산으로 향했습니다. 넓은 평지 곳곳에 붉은 벽돌로 지은 불탑이 사방에 있는데 불탑 사이로 지는 해가 장관이랍니다. 자그마한 언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 어제 들렀던 우베인 다리가 떠오릅니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밀고 밀리는 사이 어느 덧 해가 저뭅니다. 오래된 탑 사이로 붉은 해가 서서히 기울어져 갑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미얀마 여성들이 예전 방식으로 직물을 짜고 있다.
미얀마 여성들이 예전 방식으로 직물을 짜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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