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 학부모 동아리, 마스크에 담긴 사랑’
‘수공예 학부모 동아리, 마스크에 담긴 사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0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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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리 덕수초 교장

우리는 때로 예기치 못 한 순간을 맞이해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갖기도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얄팍한 속임수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주변에 평범하고 선한 사람이 많고 그들이 모여 삶의 기적이 일어난다.

코로나19의 쓰나미가 몰려와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의 마스크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분주히 개학을 준비하고 있는 어느 날 부장 교사가 ‘수공예 동아리’ 학부모들에게 학교 예산으로 학생용 마스크 제작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했다. 

실제 우리 학부모들은 본인들의 성장을 위한 동아리 활동 및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장 교사가 그런 제안을 한 것도 어쩌면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학부모들의 대답은 ‘OK’를 넘어 감사하다는 것이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마스크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에 주어진 예산을 의미 있게 활용하고 학부모들도 자신의 활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보람과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 학부모들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가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었고 그들의 마음을 미리 읽고 헤아려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아이들의 성장은 결국 학교와 학부모의 연대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가 뜻밖에 함께함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학부모들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마스크를 쓰게 됐다.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쓸모 있고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고 다시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푸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이런 학부모들과 교사가 우리 학교의 공동체라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고 이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정말 행운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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