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잠시 멈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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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경청아동가족상담센터 공동소장

코로나19 사태를 잘 이겨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많은 것이 ‘비대면’으로 실시되고 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던 일이 벌어져 ‘어? 무슨 일이지 큰일이네 조심해야겠다’하고 놀라다가 ‘그래도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마음을 달랜다.

그러다가 또 ‘언제면 좋아지려나, 영영 이 상황이 계속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여느 때 같으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즈음에는 졸업식과 입학식 등 시작과 끝을 알리는 명징한 의식들이 치러졌던 시간이다. 그 시간을 통해 각자가 인생의 어느 지점 즈음에 와 있는지를 돌아보며 다가올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가늠해 보며 큰 밑그림을 그려두곤 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던 시간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상으로 자리 잡으려 하다 보니 늘 해오며 수많은 시간 동안 익혔던 몸과 마음의 습관, 버릇들이 예전 시간으로 돌아가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환경이 급격히 바뀌었는데 마음이 따라가질 못 해 그 간극에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지켜내야 할 ‘거리두기’를 잘해야만 일상으로 여겼던 시간이 돌아온다니 무엇보다 이 수칙을 잘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스스로에게도, 함께 하는 이들에게도 일깨우고 있다.

상담과 강의를 주로 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많은 변화가 바로 성큼 다가왔다. 모든 일정은 최대한 연기됐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강의는 전면 취소 또는 온라인 이용 혹은 영상 송출로 대체됐다.

예약돼 있던 상담은 건강 상태를 서로 점검한 후 반드시 상담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마스크 착용해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거리두기 앞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나 자신’이다.

하지만 실상 갑자기 벌어져 버린 간극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크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에 더 치중해야 했고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안달복달하며 일상을 보내는 동안 정작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게 돼 버린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그동안 꿈꿔왔던 그 시간이 코앞에 있음에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바로 떠오르질 않는다. 어렵게 찾아냈다고 해도 그게 가능할 리 없다는 생각에 그냥 막막한 터널 속에 머무르는 듯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이 때!

자신에게 다정하게 노크하며 “넌 정말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말을 걸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을 안심시켜야 한다. 특별히 어렵거나 큰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

주변에 있는 필기도구를 이용해 간단한 낙서를 시작하거나 몸을 천천히 움직여 걸어보는 것 등…. 그 자체로 좋다. 사소한 활동들이 사실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데 으뜸이다.

오래 저어 만든 달고나 커피, 콩나물 키우기 등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알뜰하게 보내는 방법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자신을 돌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의 안녕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맑아질 일상을 기다리지만 공항에 길게 늘어선 택시 줄, 늘 붐비던 도심 근처의 텅 빈 먹자골목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또다시 무겁다. 

그래서 곳곳에 유채꽃, 벚꽃이 더 유난히 아름답게 피어 힘내라고 언제나 제주인들은 척박할 때 더 서로를 보듬으며 조심하며 함께 연대해 가는 힘을 발휘했다고 응원해 주는 듯하다.

자연이 주는 위안,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푸르게 싱그럽게 응답해 주는 자연이 사방에서 ‘잠시 멈추고 나를 돌보고 이웃을 돌보라’고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운 기운을 잊지 말고 간직했다가 만나는 이들에게 사랑으로 표현해 보자.

우리가 표현하는 사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사랑의 원천이 되고 힘이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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