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 개정안 20대 국회 처리 사실상 불발...21대 국회 지상 과제로 부각돼 총선 이슈화
생존 수형인들 재심서 무죄 취지 판결, 한국사교과서 집필기준 마련으로 왜곡 차단 등 성과
어김없이 제주에 4‧3이 찾아왔다.
2년 전 70주년은 4‧3 해결을 향한 일대 변곡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3추념식에 참석해 “4‧3 완전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며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제주에 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4‧3 해결을 위해 남은 산적한 과제에서 비롯된 냉기가 제주로 향하는 훈풍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2018년 이후 4‧3 해결 진척상황을 중심으로 현안 과제와 향후 전망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18년 70주년을 기점으로 4‧3은 ‘대한민국 역사’로 자리매김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2000년 4‧3특별법 제정과 2003년 공식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에 이어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4‧3을 역사에 온전히 세우면서 4‧3 해결은 진일보했다.
이로써 가속도가 붙던 4‧3 해결은 제주4‧3특별법 개정이란 암초를 만나 제동이 걸렸다.
4‧3특별법 개정안은 희생자‧유족에 대한 배‧보상과 군법회의 재판 무효화, 추가 진상조사 등을 담아 4‧3 완전 해결을 위한 교두보다. 기존 진상 조사법이 피해 구제법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안은 2017년 12월 발의된 후 2년4개월째 국회에 묶인 상태로 사실상 20대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공직선거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법 등 국회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여·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끝에 4‧3특별법 개정은 좌초됐다.
특히 4‧3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배‧보상은 4‧3이란 과거사 청산과정에서 누락된 중요한 매듭으로 완전 해결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다.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피해 구제는 필수다.
4‧3특별법 개정은 21대 국회 처리에 대한 요구와 맞물려 4‧15 총선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년간 성과도 없지 않았다.
불법 군사재판 피해자인 수형인들이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4·3생존수형인 18명이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1월 제주지법으로부터 무죄 취지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데 이어 8월에는 국가가 이들에게 총 53억4000만원을 지급하란 형사보상 결정을 이끌어냈다.
4·3생존수형인과 유족 39명은 그해 11월 103억원대 국가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또 4‧3행불수형인 340명은 올해 2월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왜곡‧폄훼 논란의 단골 사안이던 한국사교과서에 4‧3이 올곧게 기록된 점도 4‧3 해결이 진전된 대목이다.
지난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개정시안에 4‧3이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의 필수요소로 반영됐다. 최종 검정을 완료한 2020 한국사 교과서 8종이 발간돼 올해부터 사용된다.
그 동안 한국사교과서 편찬 때마다 4‧3을 정부 수립에 반대한 폭동 또는 좌우 대립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하던 논란이 마침내 해소된 것이다.
이 밖에도 2018년 7월 4‧3이 전국 처음으로 지방공휴일로 지정됐는가 하면 최근 해병대가 교육센터 명칭을 4‧3 당시 학살 연루자의 이름을 따 ‘김두찬관’으로 지었다가 4‧3유족회 등의 반발에 부딪친 끝에 ‘충성관’으로 간판을 교체한 점도 4‧3에 대한 달라진 위상과 인식을 보여준다.
지난해 군과 경찰은 사상 처음으로 4‧3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