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현과 대정현문학
대정현과 대정현문학
  • 제주일보
  • 승인 2020.03.2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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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재경대정향우회 고문·논설위원

“모관(목안) 강 오젠” 1960년대까지 향리 정류소에서 흔히 듣던 말이다. 모관은 600여 년 전 제주 목관(牧官)을 그렇게들 말한다. ​조선조 태종 16년(1416)에 제주섬은 3읍 시대가 정립됐다. 곧 제주목, 대정현(縣), 정의현으로 500여 년이나 유지됐다. 제주목은 오늘날 제주시다. ‘목안’은 곧 제주 성안을 의미한다. “성안에 다녀온다”는 뜻이다.
나의 향리 대정현의 관할 구역은 제주도 서부지역인 한경면 일부, 동쪽으로는 중문까지 넓은 범위다. 1목 2현의 행정단위에서 제주목에는 정3품의 목사(牧使)를 두었고 대정과 정의(표선) 현에는 종 6품의 현감이 파견됐다.
제주섬은 조선왕조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귀양살이했던 곳. 사면이 바다이니 도망갈 수 없는 절해고도다. 대정현은 우리나라 최남단 지역이어서 최악의 유배지로 죄인들을 보냈다. 유배객들은 그들의 적소(謫所)에 지역 청소년들을 모아 학문을 전달해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대정현 관아가 자리했던 내륙의 대정골(고을)에 유배 온 정동계(정온) 선생은 10여 년(1614~23년)을 지내면서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학문을 전파했고 추사 김정희 선생은 9년(1840~48년)의 유배기간에 서예와 학문을 전수하면서 불후의 명작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남겼다. ‘추사관’이 건립돼 관광명소로 알려졌고 ‘추사문화예술제’를 통해 추사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대정 사람들은 예로부터 ‘학문과 예술을 숭상하고 정의감이 투철하다’고 여기며 정의와 충효를 으뜸 덕목으로 삼는다. 재경대정인들은 축사나 언론 기고를 하면 ‘학문과 예술을 숭상하고 불굴의 정신이 대정 정신이다’고 말한다. 나는 5년 전 타관 생활도 45년이나 지났는데 ‘과연 향토발전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가?’ 되돌아봤다. 제주언론에서 도내 시·읍·면 단위로 문학회가 있어 지역 문인들이 문학지를 발간하고 있음을 지켜봤다.
그렇다. 학문과 예술의 고장을 자처하는 향리에 내 손으로 직접 문학회를 만들어 향토사랑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에 가칭 ‘대정문학회’ 회칙 안, 창립총회 등 절차 자료를 향리 후배 문인에게 보내 취지를 설명했다. 2016년 2월 귀향 기회에 창립준비 실무모임에서 회칙 안을 심의했다. 대정현의 큰 뜻으로 ‘대정현문학회’로 결정했다. 대정현에 속한 대정, 안덕, 한경 출신 문인 20여 명이 참여한 창립총회가 4월 16일 열렸다. 도내 문학단체 임원, 문인들이 참석해 대정현문학회의 출범을 축하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대정은 추사 김정희와 정온 선생이 유배생활을 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서예와 학문을 가르쳤던 곳”이라며 “대정현 문인들도 문화 창달에 심혈을 기울여 대정고을의 명성을 이어달라”고 격려를 보냈다.
대정현문학 창간호(2016)에 이어 제2집(2017), 제3집(2018), 제4집(2019)이 출간됐다. 회원들은 시, 시조, 수필, 동화, 소설 등 장르별로 작품을 발표했다. 각계 문인들의 초대작품도 지면을 빛냈다. 도내는 물론 부산, 서울 등 제주인들의 축하와 격려의 글도 게재했다. 송창우(서울), 이중환(공직), 구성지, 장태범, 김상훈, 고훈식(제주), 허능필, 송경철(서울), 허영배(부산), 김정택, 현민식, 문대림, 송창권(제주), 양신하(대정) 여러분의 옥고는 문학회 발전과 함께 보존될 것이다. 고문으로 추대된 박영자 수필가는 시댁이 대정읍 보성리 송씨 집안이다. 박 작가는 대정현문학 제2집에 ‘추사선생을 기리며’를 발표하며 “추사 선생님이 저의 시댁 증조할아버지댁에서 기거하셨다는 것은 저의 자존심이며 자랑이었습니다”고 술회했다. 대정현문학회는 제주도 문단사에 부끄러움 없도록 정진해야겠다.
제주와 대정현의 문화를 반영한 시와 시조, 수필, 동화, 동시, 풍시조, 역사의 산책 글에서 축제의 고장 대정을 빛낼 것이다. 서울에서 고향을 기리며 대정현문학을 사랑한다. 회원들의 문운(文運)을 빌면서.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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