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 혁신’
‘학교 공간 혁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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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학교는 적절한 공간인가? 

우리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교육의 주인이 학생이라면 학교 공간의 주인도 학생이어야 한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아이들의 생각을 반영해 아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학교 공간을 바꿔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는 일이다.

교육부가 학교 건축 공간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학교 공간 혁신’으로 재구성하는 사업에 손을 댔다. ‘학교시설 환경 개선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교실 공간부터 혁신하기 시작했다. 책걸상이 놓인 전통적인 모습의 교실에서 벗어나 놀이 공간처럼 만들어진 미래형 학교 공간을 만드는 데 예산도 지원된다.

지금 학생들은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 틀에 박힌 일과와 학사일정에 따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통제당하고 있다. 

학교의 공간 구조는 비슷한 형태를 가진 교도소나 병영 등과 근본적으로 같은 공간 구성 방식이다. 직선으로 마주하는 복도, 신발장 등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다. 네모난 교실, 고정된 책상으로 아이들을 가두고 있다. 

학교의 설계도와 교도소의 설계도를 놓고 비교하니 어느 것이 학교이고 어느 것이 교도소인지 분간이 어렵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됐을까? 

1960년대 이후 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학교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효율적인 학교 설계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 결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교의 전형적인 모습이 등장한 것이다. 또한 당시의 주입식 교육방식도 표준화된 학교 모습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학교마다 커다랗게 딸린 운동장은 군대 연병장에 대응된다. 학생들의 체육 활동 그 자체보다는 아침 조회 같은 이런저런 행사 때마다 전교생을 죄다 불러 모아 사열시키기 위한 공간이다. 그 때문에 학생들의 체육 활동에 있어서는 비효율적이다.

과거 우리는 군대의 연병장 같은 운동장에서 교장의 훈화를 들어야 했다. 과거 일제는 유사시 학생들을 군인으로 이용하려고 했고 군대의 공간 구조를 그대로 이식했다. 일제에 의한 국권 피탈로 한국의 교육은 일본의 황국신민화(皇國臣民化) 정책의 도구였다. 그 영향 때문일까? 일본은 우민정책(愚民政策)을 그들의 식민지 지배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우리 사회는 제도로서의 학교가 왜 변해야 하는지를 잊은 채 어두운 망각 속에서 지난 한 세기를 보냈다. 일자형 건물,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교실 등으로 획일화된 공간은 학교를 지배하는 교육 이데올로기의 결과다. 학교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의 틀 안에서 아이들의 생각과 활동을 길들이기 위한 공간이었고 그 공간의 중심에 아이들이 없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는 거의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네모난 건물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책상, 네모난 의자, 네모난 운동장, 네모난 놀이터 등. 네모난 곳에서 하루 대부분을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곳이 학교라는 공간이다. 

우리는 과거 한 쪽에 복도를 끼고 줄줄이 늘어선 교실에서 공부했다. 교단을 향해 빼곡히 들어찬 책걸상에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앉았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 권위적이고 획일화된 학교의 모습과 그 안에서 학생들이 겪는 억압과 통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교육의 민주화가 실현되면서 학교 교육의 변화, 그리고 학교 공간의 혁신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학교 공간의 변화를 꾀하는 시도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또 건축 분야에서는 변화하는 교육 과정과 사용자에 맞춘 학교 공간 디자인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고 교육 분야에서는 교육 철학의 기조를 세우고 이에 맞춰 학교 공간을 변화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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