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멧돼지 사체가 시사하는 ‘방역 문제’
잇단 멧돼지 사체가 시사하는 ‘방역 문제’
  • 제주일보
  • 승인 2020.03.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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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안가에서 잇따라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 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제주도내에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 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그 개체 수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멧돼지들이 육지부에서 바다로 떠내려온 게 아니라 인근 원당봉과 지미봉 등에 서식하던 개체가 원인불명으로 폐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도내 서식 야생 멧돼지 포획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 187마리, 올해 7마리 등 상당규모 포획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왜 이런 폐사 사건이 잇따르는지 의문이다.

야생 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요 바이러스 매개체이자 잡식성인 식성 때문에 식물뿌리와 곤충 등을 마구 먹어치워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농작물과 민가 피해를 유발하는 유해동물이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해안까지 내려와 농작물을 해치는 등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농작물 등 피해액은 신고된 것 이 외에도 상당하다. 멧돼지 출몰 우려에 야간 통행을 자제하라고 홍보하는 지역도 생겨났다.

이번 폐사 사건들로 보아 도내 야생 멧돼지는 당국의 포획에도 불구하고 해발 200~1500m 일대에 서식하면서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야생 멧돼지들이 일단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토착병이 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 달째 잠잠하다. 반면 당국의 조사 결과 육지부 야생 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야생 멧돼지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코로나19 여파로 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주의가 해이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생 멧돼지 포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박선일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멧돼지 개체 수를 3분의 1 또는 2분의 1로 감축하는 것은 방역에 전혀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적당히 포획하고 마는 당국의 멧돼지 관리 계획을 꼬집은 것이다.

박 교수는 “개체 수를 70% 이상, 적어도 3년 동안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멧돼지를 관리해야 방역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 내 야생 멧돼지 개체 수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한편 포획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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