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지만
봄은 왔지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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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봄은 왔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이 무겁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이미 ‘재앙’이다.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때도 사태라고 할 만큼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의 코로나19는 재앙이란 말 그대로의 느낌이다. 

신천지 신도들에 의한 집단 감염도 놀라운 일이고 하루에 국민 가구 숫자만큼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에서 마스크를 못 사 줄을 서야만 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게 됐으니 말이다. 

9일 현재 국내 확진자는 73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50명을 넘었다. 

특히 대구에서는 137세대 141명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코호트 격리’까지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03개국으로 조사돼 세계의 절반을 넘었다. 확진자 일일 증가 수가 줄어들고 있다지만 확진자 자체가 늘어나면서 생길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심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런 전염병이 글로벌로 가까워진 미래에는 몇 년에 한 번 정례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니 앞으로 정부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암담하게만 느껴진다. 

필자가 본 전염병에 관한 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것은 1995년의 미국 영화 ‘아웃 브레이크’(Outbreak)이었다. 

이 영화는 전염병 지역이 된 밀림을 차단하면서 자국 군인들을 몰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원숭이에 의한 그 전염병이 3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자 위정자들은 군대를 통해 감염된 마을과 주민을 통째로 미사일로 날려 없애버리려 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반민주적인 요소들을 강조하며 그 시도를 막으려는 주인공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세균학자들의 사투가 빛나면서도 전염병보다 정말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영화다.  

이번 코로나19 재앙에서 사람의 무서움을 더욱 실감한다. 이웃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종교단체나 이 와중에도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본인이 확진자임을 알면서도 공공장소를 일부러 많이 다녔다는 환자도 있었으니…. 그 절망감이 집단적으로 전염될까 더 무섭다. 

특히 종교단체, 신천지의 경우에는 ‘과연 종교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누구를 위한 종교인지?’라는 근원적인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한다.

‘이단이다, 아니다’라는 종교적 판단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착하고 신앙심이 깊은 신자들은 믿음을 위해 돈과 가족, 직장도 다 버리고 신천지를 위해 희생하는데 왜 그 기도들이 신에게는 닿지 않고 공허한 약속의 말로만 반복되다가 전염병의 집단 감염이라는 하늘의 심판으로 돌아오는가? 

심판이 아니라 시련이고 시험이라 하더라도 이웃과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신의 말씀이 이뤄진들 그 세상은 온전한 것인가? 

교주라고 알려진 이만희 총회장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그는 뭔가를 책임지기에는 이미 노쇠했고 어떤 결정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처럼 판단된다. 오히려 신의 말씀과 은총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그와 전염병을 통해 신이 이 땅에 무엇을 이룬다는 말인가? 

신의 자비와 사랑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신은 치료를 원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천지와 그 신도들은 종교적 선택과 관계없이 이웃과 가족을 위해 치료와 예방,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메르스 사태를 이겨낸 건 결국 시민의 힘이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신분과 역할, 지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민의 한 사람,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와 다시 이 재앙에 맞서야 한다. 

코로나19의 치료와 방역일선에서 싸우고 계신 모든 분을 응원하고 예기치 못 한 일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불편을 겪는 분들께는 위로를 전해야 한다. 

또한 이 재앙에 맞서 조용히 돕고 있는 수많은 의인, 시민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동참하길 원한다.

코로나19라는 재앙을 이겨내고 다 같이 마주할 따뜻한 봄날을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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