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자식(子息)’
방언 ‘자식(子息)’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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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공칠.전 제주대 교수

방언에 쓰이는 하나의 한자어가 다양한 음으로 존재하는 것을 보면 언어 변화란 참으로 기묘하다.

한자어는 표의문자로 발음과 의미가 고착되어 있는 것인데 괴리되어 있다. 그 예로 현대음의 ‘자식’이 ‘자(ㅈ+아래아)식, 자식(ㅈ+아래아 ㅅ+아래아+ㄱ), 자(ㅈ+아래아)석’ 등으로 갈려 있다.

중앙공통형인 ‘자식’에서 그렇게 변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자’가 ‘ㅈ+아래아’가 된다든지 ‘식’이 ‘ㅅ+아래아+ㄱ, 석’으로 변한다는 것은 음리(音理)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랜 예전에 어떤 하나의 형태에서 갈린 것인가?

‘子息’이란 한자어는 중국의 북사(北史·24史의 하나, 당 이연수편)에 나온다. 그 말뜻은 ▲아들, 어린이 ▲이익·이자이다.

‘子’의 음은 수·당 시대에 ‘져’, 원대에 ‘즈’에 가까운 음인데 한국에서는 이를 ‘ㅅ+아래아(ㅅ+아래아+ㄱ)’으로 받았다.

중국 술어로 정(精)계(치경파찰음)나 마찰음(즈, 스에 가까운) 다음의 모음 ‘으, 이’는 아래아가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원대에는 ‘ㅈ+아래아 ㅅ+아래아+ㄱ’(수당음이 섞인 ‘ㅈ+아래아 석’도)이었다가 아래아음의 변화로 ‘ㅈ+아래아 식’(훈몽자회)-자식(현재)으로 변화했다.

그러한 역사적 변화형이 화석적으로 방언에 남아 있으니 매우 신기하다.

인간의 언어에도 경제원리가 작용되어 같은 뜻의 말을 여러 개 쓰기보다 버릴 것은 버렸을 텐데 지금도 이들이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각기 조금씩 의미를 다르게 쓰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의 ‘자식’의 풀이를 보면 ▲아들과 딸 ▲남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 ▲어린 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로 되어 있다. 방언으로는 물론 지역차와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체로 첫 번째에는 ‘자(ㅈ+아래아)식’, 두 번째에는 자식(이 자식, 저 자식), 세 번째에는 ‘자식(ㅈ+아래아 ㅅ+아래아+ㄱ, 이 두 말은 아래아의 변화로 가까워짐)’이 쓰이는 듯하다.

첫 번째 경우에도 상대방에 좋게 쓰일 때는 ‘자제분’이란 말도 쓴다. 원래 자제(子第)의 뜻은 아들과 동생인데 남을 높여 그의 자식을 일컫는 데도 쓰인다. 이 중에 자식이나 자제는 표준어(공통어)라고 해서 방언사전에 올라있지 않다.

제주지역에서는 주변에서 잘 듣는 말이므로 제주어(넓은 뜻의 방언)의 범주에 들 것인데 방언(좁은 뜻에서)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언어는 문물이나 사회상, 그리고 사고에 따라 은연히 변화하는 것인데 변화의 궤적을 남겨두되 변화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문제다. 참고로 현대 중국어의 子息(zixi·즈시)은 의미는 예전 그대로지만 발음은 많이 변화했다. 발음만 변한 것 가지고 말이 소멸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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