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러운 듯 힙한 '뉴트로' 감성...제주 원도심 책방 속으로
예스러운 듯 힙한 '뉴트로' 감성...제주 원도심 책방 속으로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2.27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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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네책방 탐방(17)-제주시 원도심편
인도풍 책방에서 자아탐색, 바라나시 책골목
커피와 빵이 있는 서가, 한뼘책방(금요일의아침 조금)
문화와 예술로 가득한 공간, 책가방

제주시 원도심의 옛 골목길을 따라 복고를 재해석한 ‘뉴트로’ 감성으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동네책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옛 가정집을 개조한 바라나시 책골목에선 인도 차(짜이)와 철학책,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제주의 변덕스런 날씨와 척박한 땅이 만든 문화를 글로 써내려가는 한뼘책방(금요일의아침 조금) 서가엔 커피와 빵의 노릇한 향이 느껴진다.

도내 시각디자인 전공자가 운영하는 책가방엔 한 쪽 벽에 책들이, 다른 한 쪽 벽엔 그의 신작들이 선봬 눈길을 끈다.
 
#바라나시 책골목

권혜진 바라나시 책골목 대표가 서가 앞에 서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세요. 인도철학의 핵심이 ‘너 자신이 돼라’이듯, 책방도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이 된 인물들의 문학과 철학, 예술을 소개합니다.”

바라나시 책골목(대표 권혜진)은 2016년 8월 제주시 용담동 소재의 옛 가정집을 개조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도풍 서점 및 북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활동했던 권 대표는 삶의 절반을 독서와 여행에 매진했다.

특히 그는 인도 여행을 하면서 수천 년 간 내려온 인도 철학의 ‘너 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를 되새겼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자 제주에 정착해 책방을 차렸다.

인도의 도시 ‘바라나시’의 이름을 딴 이 책방은 인도 차인 ‘짜이’와 음악, 철학‧인문학 책을 즐기며 자기 탐색 및 질문을 하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책방의 서가와 음악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서가에는 존재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헤르만 헤세나 괴테의 고전문학과 니체나 칼 융 등의 인문철학 도서, 인물 평전 등이 소개되고 있다.

인도의 여행, 인문철학자, 생활문화 등과 관련된 책은 별개 서가에서 조명 중이다. 음악에는 밥 말리와 라디오 헤드 등이 소개된다.

책방에는 자리마다 작은 노트가 한 권씩 비치돼 제주시 원도심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이나 고민 등을 공유하거나 털어놓을 수 있게 한다.

신성함을 더하는 단어인 ‘옴’과 평화를 뜻하는 ‘샨티’ 등의 인도 단어가 서가나 아트 상품, 책방에서 틀어주는 노래 가사에 종종 등장해 인도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식음료도 인도식 차(짜이)와 요구르트(라시), 밀크티, 허브티, 아쌈 홍차 등을 제주식 음료와 함께 판매 중이다.

주소=제주시 동한두기길 35-2.

바라나시 책골목 입구에서 힙한 감성이 느껴진다.

#한뼘책방(금요일의아침 조금)

한뼘책방(금요일의아침 조금) 서가

“모두의 마음속에는 한 뼘 만한 책방이 존재합니다. 책과 친밀한 공간에서 문화예술의 주체가 돼보세요.”

한뼘책방(금요일의아침 조금‧대표 조은영)은 2018년 6월 제주시 이도이동에 자리 잡고 베이커리 카페를 겸한 서점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책방의 문을 열면 노릇한 커피와 빵의 향이 전해진다. 서가에는 서울에서 출판 관련 일을 하던 조 대표의 안목이 깃든 문학과 인문 에세이, 사회, 예술 서적들이 비치돼 있다.

소모적인 책들은 서가에서 제외됐다. 대신 다양한 시각으로 인생을 돌아보고, 연륜과 깊이 감을 느낄 수 있는 서적들이 소개되고 있다.

책방에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소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을 받아 개인 에세이 ‘사소한 것들의 섬’을 펴냈고, 주민들과 작업한 문화기획 프로그램 ‘영주쌀롱’의 결과물로 책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섬’을 발간했다.

그의 에세이는 제주의 특유의 날씨와 땅이 만들어낸 자연에 압도된 개인의 감정과 제주 토박이와 이주민 사이의 경계가 감각적으로 표현돼 있다. 또 그의 기획을 따라 주민들은 한 해 동안 제주의 안개와 노지, 모래바람 등 7가지 단어에 대해 토의하고 책으로 펴냈다.

올해도 책방은 도내 문화기획자와 손 잡고 문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소모임으로는 현재 초능력 시쓰기 모임이 진행 중인데, 김재훈 시인과 시 쓰기 및 합평 시간을 갖는다. 참여자는 상시로 모집 중이다.

다음 달부터는 조 대표와 그의 남편이 함께 한 작가의 전작을 함께 읽는 소모임을 연다. 첫 작가는 김훈 작가이며 3월 첫 주까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책방 현장에서 신청을 받는다.

이와 더불어 책방은 올해 4월부터 손님을 위한 개인서가를 약 9개 정도 분양 받아 손님들이 서점에 자신의 책을 맡겨 놓고, 마음껏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이다.

주소=제주 제주시 가령골1길 12.

한뼘책방(금요일의아침 조금) 외부 전경

#책가방

김미화 책가방 대표가 서가 앞에 서 있다.

골목길마다 벽화를 하나씩 발견할 수 있는 두멩이 골목에서 문화예술이 깃든 책방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책가방(대표 김미화)은 2019년 5월 제주시 일도이동의 벽화마을인 두멩이 골목에 자리 잡고 문학과 예술이 있는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방 서가에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푸근해지는 문학과 예술, 동화, 그림책 등이 소개되고 있다. 서가 별로 그가 읽은 책들에 대한 메모가 손글씨로 적혀 있다.

평소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많이 모아뒀던 김 대표는 책과 더불어 다양한 소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책과 더불어 소소한 구경거리를 함께 주기 위해서다.

향후 김 대표는 서가에 예술성을 강화해 관련 서적을 확대해 들여올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칫 폐기될 뻔한 태권도장의 송판 조각들을 활용해 그가 좋아하는 책 제목 및 저자를 써 넣은 모빌과 입구 표지판을 만들었다. 

남은 종잇조각을 활용해 알록달록하게 디자인한 김 대표의 수제 명함 또한 손님들이 몇 개씩 챙겨가는 명물이 됐다.

공간 활성화를 위해 김 대표는 종종 수채화 위주의 아트 클래스를 열곤 한다. 수업을 위한 준비가 끝나면 책가방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에 사전 공지가 올라간다.

김 대표는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사전처럼 생긴 두꺼운 공책에 ‘편지할게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손님이 마치 라디오에 사연을 남기듯 고민을 쓰고, 편지를 받을 주소를 남기면 김 대표가 어울리는 도서 추천과 함께 고민 상담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키워드에 맞는 상자를 고르면 추후에 김 대표가 추천한 책과 소품 선물을 풀어볼 수 있는 ‘선물상자’ 이벤트도 준비 됐다.

또 민유를 예명으로 그림을 그리는 김 대표는 신작들을 위주로 책방 벽에 걸며 소개하고 있다.

주소=제주시 동문로14길 11.

김미화 책가방 대표의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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