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민의식, 방선문의 경우
우리의 시민의식, 방선문의 경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2.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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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등동 한천계곡. 예부터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는 방선문이 있다. 신선이 사는 곳의 입구이니 그 경관이 빼어남은 두말할 나위없다.
특히 봄에는 제주참꽃 철쭉꽃이 절벽을 물들이며 맑은 물에 비쳐 계곡 전체가 붉게 타오른다. 영주 12경중 하나인 영구춘화(瀛邱春花)의 현장이다.
제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방선문 계곡이 쓰레기로 범벅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담배꽁초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쓰레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신선들이 왔다가 울고갈 일이다. 복잡한 사회생활에 시달리는 도민들에게 있어 휴식은 필요 불가결한 요건의 하나다. 공해에 찌든 도시의 얽매인 일상업무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것은 심신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을 뿐아니라 삶의 의욕을 재충전시켜주는 활력소이기도 하다.
방선문부터 열안지오름까지 가는 4.2㎞ 탐방로가 도민들에게 인기를 끄는 트레킹코스가 된 이유다.
그러나 여가문화는 아직도 후진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유명 경승지마다 무질서가 판치고 쓰레기 불법투기 행위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모처럼 떠난 트레킹이나 산책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풀기는 커녕 오히려 불쾌감만 잔뜩 안고 돌아오기 일쑤다.
이같은 쓰레기 불법 투기는 방선문에서만의 일도 아니다. 근교의 해변이나 하천 계곡에서도 마찬가지로 빚어지고 잇다. 먹다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은 예사다. 날씨가 더워지면 파리떼가 들끓고 음식물이 썩으면서 나오는 악취와 폐수로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져버린 ‘바가지 상혼’은 또 어떤가. 음주 소란행위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도 한결같은 모습이다. 공동체사회에서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이같은 이기적인 사고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런 행태는 반드시 바로 잡아져야 한다.
행정당국도 집중계도니 강력단속이니 하고 엄포만 놓을 일이 아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을 일깨워야 한다. 쓰레기를 투기하면 무거운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제재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전에 도내 경승지 전체에 대한 점검을 해주기 바란다.
우선 불법 쓰레기 투기자에게 시민 의식에 호소하고 계도에 나서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 강제적으로라도 무거운 벌금으로 여가문화를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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