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그리고 정치하는 원 지사
코로나19, 그리고 정치하는 원 지사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0.02.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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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 제주에서는 아직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없지만 지역상권은 울상이다. 특히 음식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손님은 중국발 코로나19 이전의 반토막이다.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인 곳도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던 대형 횟집이 문을 닫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관광객도 대폭 줄었다.

이달 들어 보름간 제주를 찾은 내ㆍ외국인 관광객은 32만73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2% 급감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나 ‘땡처리’ 수준의 항공요금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온 슬픈 풍경이다.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지난 18일 오후부터 19일 오전 9시 사이에는 확진자가 15명이나 발생했다. 이 가운데 13명이 대구ㆍ경북지역이다.

우려했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다.

이 와중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정치를 하고 있다. 무대는 제주도가 아니라 중앙정치권이다. “지금이 기회다”라고 생각했는지 행보는 광폭이다.

원 지사는 지난 17일 공식 출범한 미래통합당에 최고위원으로 합류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이날은 제주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리면서 온 섬이 꽁꽁 얼어붙은 날이었다.

원 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위치에 관계없이 통합정당이 미래 혁신으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 현직 지사로서의 직무를 소홀함 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지난 18일 도청 기자실을 방문해 “최고위원으로서 미래통합당 당적을 가진 점에 대해 평가가 엇갈릴 수 있고, 또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며 “야권 소속 정치인으로 20년 가까이 정치활동을 해왔던 저로서는 언젠가는 정당 가입을 선택해야 했고, 지금 시점에서 야권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나름의 판단과 소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독설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내고 “도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정에 전념하겠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말로 무소속으로 당선된 제주도지사가 자신만의 출세를 위해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보수통합을 외치며 중앙정치 무대 진출을 꿈꾸는 모습에 아연실색해왔다”며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들은 코로나19 등 여러 악재로 힘들어 하는 도민을 위해 고민하고, 도민의 행복한 삶을 책임져야 하는 도지사가 도민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정치적 행보만을 펼치는 원 지사의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미래통합당 입당에 이어 최고위원까지 겸한 원 지사가 산적한 제주현안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원 지사와의 인연을 꺼내며 한 마디 했다. 그는 “도민과의 약속을 내팽개쳤다. 도정에 집중할 일이지, 미래통합당 입당은 발을 헛디뎠다”고 평가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당 최고위원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할 수 있으니까 했을 것이다. 원 지사는 지난해 9월 “어딘가 입당하게 되면 저를 지지하는 도민과 충분히 이야기 할 것이다. 슬그머니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무소속의 한계를 느껴서 일까? 어떤 도민과 충분히 이야기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범보수 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에 입당했고 최고위원으로 몸집도 불렸다.

원 지사는 정치인이다. 도지사도 정치(국회의원)를 하다 당선됐다. 더 큰 꿈이 있는 모양이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지사로서 직무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
코로나19도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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