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명수 공수화 원칙 ‘흔들’
제주 생명수 공수화 원칙 ‘흔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02.06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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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제주 용암수’ 국내 공급 이어
제이크리에이션, 도외 기업 합작 진행
道, 현행법상 심의·검토 등 개입 못해
“브랜드 경쟁력 제고 위해 일부 필요”

행정당국의 ‘공수화’(公水化)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제주 최대 공공자원인 지하수가 타 지역 기업의 손에 의해 상업화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행정당국은 물 자원을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사실상 공수화 원칙에 역행하고 있다.

마이크로 LED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세미콘라이트는 최근 제주 용암해수 1호 기업이자 향토기업인 제이크리에이션과 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세미콘라이트는 지난달부터 자회사인 ‘건강남녀제주’를 통해 제이크리에이션으로부터 제주 용암수 생산 공장에 대한 자산양수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세미콘라이트와 제이크리에이션이 계약을 체결하면 각각 6대 4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갖는 합작법인으로 전환된다. 

특히 세미콘라이트는 제이크리에이션으로부터 제주 한라수와 제주 라바, 제주 용암수 등의 제조 공장을 확보하게 된다.

제주 향토기업이 지역 공공자원을 활용해 상업화한 제품과 제조공정을 타 지역 업체에 넘기는 셈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인 오리온은 이미 염지하수를 원료로 한 ‘제주 용암수’를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오리온은 현재 염지하수를 공급받기 위한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제주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에는 ‘제주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의 자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도지사는 지하수의 적정 관리와 오염 예방, 용수의 안정적 공급, 지하수의 기초조사 및 관측, 대체 수자원의 개발 및 이용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염지하수 역시 지하수의 범위에 포함되는 만큼 공공의 자원으로서 관리돼야 하지만 타 지역 기업의 손에 의해 상업화되는 등 공수화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내 환경단체 관계자는 “제이크리에이션의 사례처럼 염지하수를 포함한 지하수 취수 허가 및 생산 공정을 갖춘 도내 기업이 계약을 통해 타 지역 기업과 합작하거나 아예 넘겨도 현행법상 제주도가 심의나 검토 등의 개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염지하수를 취수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주도 관계자는 “지하수는 제주도민이 갖고 있는 자연자원인 만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산업화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역 여건 상 염지하수로 상품을 생산을 할 수 있는 도내 기업이 많지 않다. 현재 용암해수단지 전체 취수량도 많지 않은 만큼 제주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타 지역 기업을 통한 적정 수준의 산업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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