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돌, 우리 스스로 또 다른 기적을…”
“이시돌, 우리 스스로 또 다른 기적을…”
  • 홍성배 뉴미디어국장
  • 승인 2020.02.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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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구촌이 초비상이다. 중국의 사망자와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면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공포에 가깝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동선을 따라 난리법석이다. 각종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고, 부품 수급난으로 문 닫는 공장까지 발생하고 있다.

제주를 다녀간 중국인 한 명이 확진자에 포함되고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제주는 무사증 입국을 일시 중단했고, 관광객 급감으로 경기 침체의 그림자마저 드리우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병문안 자제, 각종 행사 참석 시 마스크 착용 등 안전문자가 이어져 상황의 엄중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이처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덮쳐도 이전의 사례에서 보듯 어느 순간 이 또한 툭툭 털고 극복할 것임을 믿기에 마음 한 구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오히려 힘들고 절망적인 것은 말기 암 환자처럼 이미 미래가 결정된 사항들이다. 중국발 불안의 와중에 도내 최초 무료 호스피스 시설인 성이시돌 복지의원이 다가온 것은 최근 한 행사에 초대를 받으면서다.

제주농협은 지난 달 29일 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 갤러리 에서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2020 김동광 사진작가 초청 호스피스 병동 성이시돌 복지의원 후원 제주풍경 사진전을 개막했다.

제주농협은 임피제 신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성이시돌 복지의원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이번 전시회가 이 같은 고민의 산물임을 밝혔다. 제주농협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각종 사업에서 절약한 1000만원을 후원금으로 전달한데 이어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 기간 판매되는 작품 수익금 전액을 말기 암환자를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귀한 사진을 내놓은 김 작가는 사진은 찍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 마음이란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의 순간이다. 그 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가슴 깊이 남아 있을 뿐이다. () 임피제 신부님께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셨던 모습이 우리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는 것처럼 저 또한 제 사진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임이 되었으며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새삼 임피제(맥그린치1928~2018) 신부가 떠오른다. 그는 제주와 제주사람들을 한없이 사랑했던 은인으로 도민들에게 남아있다. 1954년 제주에 첫 발을 디딘 이래 돼지 한 마리로 시작해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하고 도내 최초의 신용협동조합과 직물사업, 성이시돌 의원과 요양원, 호스피스 병동을 설립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것은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만든 기적이라며 제주의 이웃들 덕으로 돌렸다.

그런 그가 생의 마지막 사업으로 정성을 쏟은 곳이 바로 성이시돌 복지의원이다. 절대적인 빈곤을 벗어나자 도민 모두의 존엄한 죽음에 주목했던 것이다.

임 신부는 병마와 싸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제일 불쌍한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며 도민의 병원인 성이시돌 복지의원을 도민의 힘으로 운영하고 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성이시돌 복지의원은 그가 선종한 이후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크고 작은 후원이 끊기기 시작했다. 운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원장수녀가 도내 성당을 돌며 후원금 마련에 나섰다. 임 신부의 제주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신자들 정성이 쌓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주목되는 것은 사정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라산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정성을 더한데 이어 이번에는 제주농협이 나선 것이다.

“1970년 고() 임피제 신부님께서 기적을 만든 것처럼 이번에는 우리 스스로 또 다른 기적을 만들고자 합니다.”

제주농협이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다짐했듯 이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제주사회의 희망을 본다.

홍성배 뉴미디어국장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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