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움' 간직한 구좌 동네책방...'독서 문화 꽃' 피우다
'제주다움' 간직한 구좌 동네책방...'독서 문화 꽃' 피우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1.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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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네책방 탐방(16)-구좌읍

올레길의 시작과 끝. ‘제주다움’을 간직한 동쪽 마을 제주시 구좌읍의 동네책방들이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독서 문화 꽃을 피워내고 있다.

손님들의 이야기가 녹아든 책약방과 인문예술 전문서점 제주살롱, 미술‧여행‧요리 서적이 강세를 보이는 책방오후는 각자의 개성있는 서가와 인테리어, 주변 풍경 등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책방은 마을 주민들과 여행자들에게 책으로 둘러쌓인 조용한 공간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문화 사랑방이 되고자 하고 있다.

 

#책약방

책약방 서가

“어린 시절 갔었던 서점과 레코드 가게가 제 삶에 많은 영향을 줬듯, 책방손님들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마주보고, 위로 받고, 꿈 꿀 수 있기 바랍니다.”

책약방(책방지기 양유정)은 2017년 9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한 제주식 가정집의 밖거리 건물을 개조해 책과 음악, 손님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작은 책방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책약방은 사람이 아닌 ‘책’이 지키는 책방이다. 제주 출신 양 책방지기는 서점 문을 열어 두고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 주로 책방에 나와 공간을 지키고 있다.

서가는 기본적으로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나 시집과 예술서적, 에세이 등도 종종 발견된다. 도내 출판사 서적과 제주의 역사문화를 반영한 도서들도 별도 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종달초등학교 후문에 위치한 책방은 마을 어린이들이 종종 찾아오곤 하는데, 책방지기는 종달리 어린이들에게 책방지기 2~6호 칭호를 주며 함께 공간을 꾸며나가고 있다.

책방은 매주 주말 중 하루 오후 3시 ‘오후세시의 책방’이라는 그림책 낭독 시간을 갖는다. 이날 책방을 우연히 들린 마을 아이들이나 여행자, 주민들은 함께 소리를 내 그림책을 읽는다.

또 책상에는 일기장이 수십 권 가량 쌓여 있는데, 이 일기장들은 서점을 들린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과 책방을 들린 소감, 소소한 제주 여행 경험 등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방명록이다.

손님들은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벽걸이형 CD 플레이어를 직접 틀어서 들을 수 있다.

향후 서점은 영화 모임이 있는 전국 책방들과 연합해 좋은 영화를 발굴하는 ‘영화전’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또 내달부터 전국 책방들과 사라져가는 제주의 모습을 지키기 위한 전국 책방전시 ‘마지막 제주’ 순회전을 시작해 오는 12월 제주에 마지막 전시로 들여온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종달로5길 11.

책약방 전경

 

#제주살롱

이재호 제주살롱 책방지기가 서가 앞에 서 있다.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책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며, 인간은 무엇이며, 지금 내게 필요한 공감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주살롱(책방지기 이재호)은 2018년 6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3층 건물을 짓고 인문예술 서적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적들을 판매해오고 있다.

복잡한 서울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던 이씨는 디자인을 공부한 아내와 함께 2010년부터 카페를 병행한 책방을 구상하며 커피 제조와 제빵 기술을 익히고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살롱은 1층은 서점 및 북카페, 2층은 이씨 부부의 거주공간, 3층 다락방은 북스테이(독서공간 및 숙박 제공)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다.

서점 서가는 이씨의 인문예술에 대한 관심이 묻어난다. 약 500종 가량의 책이 들어선 서가는 크게 ▲책방지기 추천도서 ▲해외 고전문학 ▲신간 위주의 국내 현대 문학 ▲예술 비평서 등으로 나뉘어 있다.

책을 매개로 한 소모임이나 문화행사도 강세를 보인다. 책방은 매월 2회 강사를 초대해 예술가 한 명을 선정해 그 예술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오는 2월 15일 오후 6시에는 정여울 작가를 초청해 빈센트 반 고흐를 조명한다.

시 창작 수업도 단발성으로 운영된다. 매달 4회 만나는 독서모임도 오는 2월 초에 재모집 한다.

독서와 숙박을 한 번에 해결하는 북스테이 프로그램은 하루 당 여성 1인 전용으로 운영된다.

하루 동안 책방 서가에서 책을 가져가 조용한 3층 다락방에서 소음 없이 책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박에 6만원이다.

1층 카페 공간에서는 이씨 부부가 만드는 수제 음료와 빵을 즐길 수 있는데, 커피는 직접 로스팅 및 핸드 드립으로 내리고 있다. 차 종류의 경우 서귀포시나 제주시 구좌읍 쪽의 유기농 차 밭에서 직접 구해서 만들고 있다. 빵 종류는 매일 2~3종씩 직접 굽는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송당2길 7-1.

이재호 제주살롱 책방지기의 추천도서에 책 추천 설명글이 써져 있다.

 

#책방 오후

유선화 책방오후 책방지기가 서가 앞에 서 있다.

“미술과 여행, 음식을 좋아합니다. 서가에 놓인 책들에도 이러한 제 취향이 반영된 것 같아요.”

책방오후(책방지기 유선화)는 2018년 10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약 2000종 가량의 서적들이 비치된 문학 책방으로 꾸려가고 있다.

서가는 미술과 여행, 음식 등 다양한 주제를 품고 있다. 장르는 소설과 에세이, 인문교양서, 역사서가 강세를 보인다.

서가 도서들은 유 책방지기의 기준에서 사실적이고, 치밀하고, 가독성이 높은 책들로 선정돼 꽂혀 있다. 제주 특화 서가도 별개로 마련돼 4‧3 등 제주 역사 및 해양 문학 서적들이 판매되고 있다.

책방 내부는 제주 돌담을 연상케 하는 매대와 바다를 표현한 푸른색 바닥 등 제주다움을 살리고자 했다. 서가는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목재 가구로 만들어져 아늑한 분위기를 이룬다.

모든 가구들은 유 책방지기의 마을 이웃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

또 책방에서는 제주 사람들이 만든 도자기와 엽서, 악세서리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유 책방지기는 공간에 도내 예술가의 작품을 건다. 현재는 도내에서 활동하는 배중열 일러스트 작가 등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공간의 한쪽 창문 너머로는 월정리 바다가, 다른 쪽 창문을 통해서는 구좌의 명물인 당근 밭을 볼 수 있어 제주시 구좌읍의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책방을 차리기 전 오랜 기간 사회단체서 활동하며 약 2년을 주기로 전국에 거처를 옮겼던 유씨는 그의 남편과 함께 한 곳에 오래 정착하기 위해 제주로의 이주를 택했고, 현재까지는 책을 중심으로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는 책방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편 유씨 부부는 다음 달 여행을 위해 책방 휴식시간을 갖고 오는 3월부터 다시 오픈한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월정3길 40.

책방 오후 서가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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