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진 스님
지게 진 스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28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미선 수필가

중국 오대산 순례길에서였다. 문수도량을 순례하면서 내 마음 안에 믿음이 자리하였다. 높은 지형에 따른 적응하기 힘든 고통도 잇따라 체험하였다. 원효대사와 자장율사의 가르침도 선지식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마지막 날, 안내원은 중국 내 사찰 중에서 유일한 티베트 사원으로 안내했다. 유난히 그곳을 순례하는 차량이 많다. 예상외로 경찰 단속에 밀려 버스는 몇 바퀴 돌고 일행은 숨바꼭질 중이다.

유난히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멀리에서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인파 속에서도 규칙적으로 달그락거렸다. 먹물 옷은 군데군데 꿰매어진 채 땟국물 자국에 구부렸다 폈다를 하며 오고 있다.

그것도 이상한 지게를 지고 있다. 대나무를 굵게 쪼개어 만들어진 사각형 긴 상자는 지게 위에 올려졌다. 그 속에서 금속성 소리가 났다. 달그락 달그락. 무언가 하나가 이리저리 굴러가는 소리는 음악처럼 들렸다. 빈 수레가 요란한 것은 분명하였다.

스님은 큰 키에 오체투지를 하며 일정하게 움직였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 가까이에 스님이 도착하였다. 스님은 눈 움직임조차 앞만 일정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탁발하는 줄 알았다. 많은 고민으로 기도하면서 울컥한 마음에 그만 스님을 쫓아갔다. 일행을 뒤로하고 앞으로 쫓아가 지폐 두 장을 지게 안에 보시하려 하였다. 지게와 남루함은 알 수 없는 정체였다.

어떤 여인이 합장하고 지게 안에 꽂는 느낌을 느꼈는지 스님은 뿌요 뿌요하였다.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어느 종교인에게든 보시금을 냈을 때 거절하지는 않았다. 놀란 나머지 죄송합니다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스님의 수행에 방해가 되었다면 이를 어쩌나. 내 안의 무엇을 찾으려고 이곳까지 나섰을까.

무릎에 덧대어진 것은 무엇이며 손바닥에 얇은 판자를 끼고 이마와 다섯 군데를 땅에 맞대어 절을 하고 있다. 어깨와 허리가 수평이 되어 납작하다. 삼보 일배에 견줄 바가 아니다. 아예 밑바닥까지 내려놓았음을 보여준다. 지게 가득한 욕심을 버리며 달그락거릴 때까지 비워두었다고 알리고 있다. 버리고 또 버리면 이런 자세와 마음이려나. 이 방법이 그 분께 가기 위한 최선일까.

동안거 회향이 가까워져 온다. 스님들의 수행 기간 제가 불자의 수행은 얼마나 하였을까. 화두를 정하여도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하여 깨뜨리기 일쑤였다. 업장을 쌓는 일은 무엇이며 업을 소멸하는 일은 무엇일까. 너나없이 봉사하려는 마음은 가득하다. 내 부모 내 이웃에 고개를 돌리며 따뜻한 마음 구석은 지게 진 스님을 더욱 생각나게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한 우리가 되지 않았는지 되새겨 보는 아침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