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의 삶을 그리며
20%의 삶을 그리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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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수필가

며칠 후면 설날입니다.

매년 맞는 새해지만 감회는 저마다 다 다르겠지요. 노년은 물론 중장년에 접어든 세대일수록 이때가 되면 이래저래 심적 동요가 클겁니다. 장년에 접어든 나도 한 살을 더 보태려니 세월이라는 무게가 짓눌러와 몸과 마음이 무겁고 초췌해짐을 어쩔 수 없네요.

올해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약간의 설렘도 있지만 퇴직한 남편과 단조로운 삶이니 여느 해처럼 그날이 그날일게 뻔해 보여 새삼 울적합니다. 하루살이를 위한 몸놀림에 그칠 뿐인 일상들이 지나온 날들을 초연하게 해버린 걸 알면서도 내 나이를 떠올리면 도로 주저앉아 게을러 버립니다.

생물체는 생존의 방편으로 신진대사를 하며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신체 활동을 하는 생물 중 개미는 매우 부지런한 존재로 인식되지요. 개미의 출현이 중생대 백악기 중·후기로 알려진걸 보면 광활한 우주의 한 구석, 지구에 작은 생명이 탄생과 그 작은 생명이 존족번식의 과정은 신비롭네요.

개미세계의 노동의 법칙 또한 흥미롭습니다. 근면한 존재로 알려진 일개미들도 20%만 일하고 대부분 놀고 있는 부류가 80%라고 합니다.

개미 집단에서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와 빈둥대며 가끔 일하는 일개미 족, 이것이 일개미들의 노동의 분배 법칙이며 왕성한 번식의 비결이라니 놀랍습니다.

만일 모든 일개미가 동시에 일을 하게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일의 효율은 높겠지요. 그러나 모든 일개미가 거의 같은 시기에 에너지 소멸로 그 집단은 절멸하고 말 것이라고 하네요. 개미 이론20:80의 법칙이 우리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 20%의 근로자가 80%의 일을 하거나, 20%의 소비자가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20%의 인구가 지구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법칙이 그럴듯하네요.

심지어 사람이 느끼는 행복한 기간은 인생의 20%이며 나머지 80%는 고민, 고통, 시기, 질투 등의 불행을 느끼며 산다는군요. 20%, 찬란한 생의 기쁨을 누린 기억은 사위어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지만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 존재해 있는 것만으로도 천복이라 마음 돌리면 변덕스러운 어린애 마냥 금방 행복하긴 해요.

80% 쪽으로 밀려났다고 스스로 단정한 지 한참 됐지만 이 무슨 자가당착일까요. "20%로 살래요? 80%로 살래요?"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당연히 앞쪽을 선택하고 싶어요. 안이한 생활에 익숙하여 그저 시간의 꼬리를 잡고 있었는데 벌써 칠십 고개가 서너 고비 앞에 기다리고 있어 더 절실합니다.

아득히 스러져 버린 그날들이 아쉬운 오늘입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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