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治病
不治病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01.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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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不治病)도 이제는 치료가 되는 것들이 많다.

사형선고 같던 암이 그렇고 천형으로 불리던 에이즈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완치는 커녕 치료조차 못 하는 대표적 불치병이 세 가지 있다.

우선 첫째가 상사병(相思病). 남자나 여자가 마음에 둔 사람을 몹시 그리워하는 데서 생기는 마음의 병이다. 죽을 때까지 갖고 간다. 둘째가 도박병. 도박병은 일종의 ‘도박 중독’으로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병적도박’(pathological gambling)이다. 다시는 노름에 손 안 댄다고 맹세하고 오른 손 손가락을 자른 노름꾼이 어느 날 보니 왼손으로 화투패를 다시 잡고 있었다는 얘기는 고전 중 고전이다.

마지막 세번째가 정치병이다. 도박병처럼 ‘정치 중독’을 말하는 데 이 병 역시 한 번 걸리면 죽을 때까지 간다. 이 세 가지 중 가장 악성이 정치병이다.

▲정치병의 흔한 증세 중 하나는 선거때만 되면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이다. 장년층 이상이면 다 기억하는 후보 S씨가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큰 장사를 하는 마누라 덕택에 생활걱정이 없는 이 분은 선거때만 되면 고향 제주에 내려왔다. 안 나온 선거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만년에 ‘1일 명예제주도지사’에 임명된 그에게 “안 될 걸 ‘알면서’ 왜 자꾸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알 수 없는 것이 정치판”이란 말을 남겼다.
또 중앙정치의 한 분은 ‘카이저 콧수염’으로 유명한 진복기씨다.

그는 여러차례 선거에 도전해 1971년 대선에서는 박정희, 김대중 후보에 이어 3위를 하기도 했다. 1980년 전두환의 국보위가 ‘상습 출마자’를 정치규제 대상자로 규정하는 바람에 한동안 정치무대에서 볼 수 없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다시 출마 선언과 포기를 반복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120세까지 장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런 ‘상습 출마’ 정치병은 낭만적이기나 했다. 요즘은 새로운 류의 환자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여류 소설가처럼 시도 때도 없이 정치관련 이야기로 사회 분란을 유도하거나 괴담 말장난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그렇다. 이런 류도 정치병자라고 하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인터넷 유행어인 충(蟲)을 사용해 ‘정치충’이라고 부른다. 일부 트위터에서는 ‘정치충’보다 더 비하적 어감인 ‘정떡충’이라고 하고….

이들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회식 같은 자리에서도 뜬금없이 정치 얘기를 하면서 ‘갑분싸’를 만드는 일에 주저가 없다. 눈치라고는 눈꼽만도 없어서 분명 상대방이 싫은 티를 내도 알아먹지 못 한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그 자체의 본질을 분석하기보다는 자기 프레임과 패러다임을 들고 달려들어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여간해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오는 4·15총선거도 불치병이 도질 조짐이다.

상습출마 피로 증후군도 나타나고있다. 정치판에서 철수했던 사람이 그동안 어디서 뭘 하다가 돌아왔는지 몰라도 선거전에 또 얼굴을 내밀고 있으니 유권자들이 지겨울만 하다.

제주지역 선거판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역전(歷戰)의 후보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기야 전두환의 위헌적 ‘상습 출마’ 규제는 옛날 이야기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보고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번 주부터 설 연휴에 들어간다. 예비후보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설은 한자로 신일(愼日)이다. 조신을 하여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설의 뜻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 스스로 몸가짐을 바로 할 일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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