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가 가는 길, 제주
하와이가 가는 길, 제주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20.0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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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신혼여행의 성지. 높은 파도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도시이자, 훌라춤과 우클렐레가 유명한 세계적 관광지. 작게는 8개, 크게는 6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는 하와이는 각 섬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세계적 관광지다. 제주 관광이 벤치마킹한 곳이다. 제주가 닮고 싶은 관광지다.

그런 하와이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높은 생활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꿈의 섬’ 하와이를 떠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 센서스국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주 거주민의 수는 2018년 7월~지난해 7월까지 모두 4700여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큰 수치의 인구 감소폭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하와이 인구는 같은 기간 141만 명이다. 제주 인구보다 대략 2배정도 많다. 하와이 인구는 2015년 이후 3년 째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왜 하와이 사람들이 하와이를 등지는가 하는 점이다.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물가 등 삶의 질 악화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528만명으로, 전년보다 6% 넘게 증가했다. 2016년(1585만300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규모다. 제주 인구보다 20배 넘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제주를 찾았다.

그만큼 제주는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매력적이고 찾고 싶은 지역임이 재확인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제주 관광의 증가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로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관광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주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직 공직적인 통계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연간 0.5%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해인 2018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상 최고수준의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이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 제주의 산업형태를 보면 관광산업 비중은 절대적이다.

관광시장의 활황은 결국 지역경제의 활황으로 이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만의 관광’으로 상징되는 제주 관광시장의 독과점 구조 때문이다. 이는 수익의 독과점으로 이어진다. 이러다 보니 제주 지역경제와 상생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섬 떠나는 사람들 줄이어

상대를 통해 자신을 배운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사자성어가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이들 두 사자성어는 표면적으로는 뜻이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모두 ‘부정적인 대상을 통해 교훈을 얻다’는 의미로 흔히 사용된다.

제주는 한 때 하와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꿈의 섬’하와이를 지금 하와이 사람들이 떠난다. 제주의 관광정책과 개발은 하와이의 선례를 따랐다. 적어도 하와이는 관광지로서 제주 보다 선진지로 평가됐고, 제주는 이를 모방했다. 그 결과 제주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곳곳이 파헤쳐 졌다. 정체성 논란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하와이를 떠나려는 인구 이동 현상을 성경에 등장하는 ‘출애굽’의 일종으로 지칭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파라다이스’ 하와이를 떠난 이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섬의 ‘물가’와 생활비 문제가 나온다. 이른바 삶의 질의 악화다. 제주와 닮은 꼴 이다.

제주 또한 ‘살기 좋은 제주’라는 말이 옛날 얘기가 된지 오래다. 한 때 제주가 닮고 싶어 안달했던 하와이. 제주가 하와이가 가는 길을 뒤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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