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표
공수표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0.01.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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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시속 800의 진공튜브형 초고속 교통수단 하이퍼루프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일대 운송혁명이 예고됐다. 2015년 하이퍼루프 최고경영자 롭 로이드는 “2020년이면 100길이 하이퍼루프에서 사람을 실어나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계획과 달리 초라하다. 현재 버진 하이퍼루프가 캘리포니아에 건설한 실험용 트랙은 길이 900m에 불과하다. 하이퍼루프용 터널건설업체인 보링 컴퍼니가 라스베이거스에 1.6길이 고속레일 터널을 건설 중인데 차량의 최고 주행속도는 시속 250km 수준이다.

최근 미국 언론 블룸버그2020년 현재 이른바 공수표(空手票)로 드러난 유망기술 목록을 점검한 보도내용 중 하나다. 2020년이면 가능할 것이라던 기술혁명 중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게 많은가 하면 당초 호언장담과는 달리 영영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적지 않다.

201711월 컴퓨터 보안기업 대표 존 매카피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2020년 말이면 100만달러(1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발언 얼마 뒤 암호화폐 폭락사태가 터져 비트코인의 가치 83%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현재 1비트코인은 7200달러(834만원) 수준이다.

바야흐로 한국에는 공수표 대량 발행 시즌이 도래했다. 415총선 국면 본격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후보들은 사회분야별 혁신과 혁명을 일구겠다는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낼 것이다.

문제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후보들의 능력과 적격성, 진정성을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에 맡길 일도 아니다 보니 유권자들이 자격 미달 후보를 솎아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도민들이 후보 검증에 관심과 열정을 쏟아야하는 이유다.

기술혁명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불편사항일 뿐이지만 총선용 공수표를 잘못 받아드는 것은 4년간 분노하고 후회하며 사회 퇴행을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영역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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